조선업계가 역대급 수주 규모에도 불구하고 2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지만 주가는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2분기 조선업계는 호황이란 말이 무색하게 대규모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2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의 2분기 영업손실은 8973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중공업 역시 2669억, 422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현대미포조선 역시 1922억 원의 영업손실을 보고 적자 전환했다.
어닝쇼크 배경에는 조선용 후판 등 강재 가격이 연초 대비 60%까지 급등한 데 있다. 후판의 원료가 되는 철광석 가격이 지난해 말부터 급등하면서 철강사들이 후판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다만 어닝쇼크에도 불구하고 조선업 주가는 견조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전 거래일 대비 0.39% 오른 12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13만3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전일보다 2.31% 오른 3만3200원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시장에서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견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후판 관련 대규모 손실 가능성은 이미 알려져 있던 내용“이라며 “주가도 최근 조정을 통해 일부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21일 발표된 한국조선해양의 손실 규모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이유는 후판 가격을 매우 보수적으로 적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조선 계열 3사의 강재 가격 인상에 대한 충당금을 4800억 원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9162억 원의 충당금을 설정했다.
이번 어닝쇼크가 하반기 ‘턴어라운드’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인도 기준 수주 잔고를 2~2.5년치 채운 조선업계가 향후 수주선가를 무리하게 끌고 내려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국내 조선 빅3(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는 상반기에만 연간 수주 목표치를 70% 이상 달성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상반기 전 세계 발주량의 44%에 이른 1088만CGT(표준선환산톤수)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724% 증가한 것으로, 조선업 호황기였던 2006~2008년 이후 13년 만의 최대 실적이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단기적으로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충분한 일감을 확보한 만큼 선가가 크게 오를 여지가 높아 후판 가격 급등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