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벌어들인 돈에서 법인세만 3조 원 가까이 낸 데다, 정부 세입으로 5조 원 넘는 돈을 추가로 납부했다. 국내 법인 중에서 지난해 13조4000억 원을 법인세로 낸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이 나라 곳간을 채운 셈이다.
31일 한은이 발표한 '2021년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해 세전 당기순이익 10조7414억 원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겼던 지난해(10조1890억 원)보다도 5525억 원 늘었다.
여기에 법인세를 내고 남은 당기순이익도 7조8638억 원으로 역대 최대다. 전년(7조3659억 원) 대비 4980억 원 증가했다.
외화자산운용이자 감소 등에 따라 총수익이 감소했지만, 유가증권매매손 및 통화안정증권이자 등 총비용이 보다 큰 폭으로 감소한 데 기인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지난해 한은 영업수익은 유가증권이자와 외환매매익이 각각 4963억 원, 3281억 원 감소한 탓에 전년보다 7808억 원 줄어든 19조384억 원을 올렸다.
다만 영업비용이 이익보다 더 크게 줄었다. 통화안정증권이자와 유가증권매매손이 각각 7816억 원, 6053억 원 감소하면서 전체 영업비용은 전년보다 1조3791억 원 줄어든 8조2729억 원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증시 호황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유가증권 매매이익이 증가한 부분도 영향을 줬다"며 "또 2020년 중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통화안정증권 발행 금리가 하락한 부분이 지난해 반영되며 통안증권 이자비용이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유가증권매매 이익은 10조2567억 원으로 전년(9조8978억 원)보다 3589억 원 늘었다. 통화안정증권이자 비용은 1조4653억 원으로 전년(2조2451억 원)에 비해 7816억 원 줄었다.
순이익이 커지면서 법인세 납부 규모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한은의 법인세는 2조8776억 원에 달한다.
한은이 나라 곳간을 채운 돈은 이게 다가 아니다. 한은법에 따르면 한은은 세후 당기순이익의 30%를 법정적립금으로 적립하고, 잔여 이익 중 일부는 정부 승인을 얻어 특정 목적을 위한 임의적립금으로 적립할 수 있다. 나머지 순익 모두 정부에 세입으로 납부해야 한다.
지난해 한은은 당기순이익 7조8638억 원 중 2조3592억 원은 법정적립금으로, 266억 원은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 출연 목적의 임의적립금으로 각각 적립했다.
나머지 5조4781억 원은 정부에 세입으로 냈다. 법인세와 합하면 무려 8조3557억 원을 정부에 낸 셈이다. 당기순이익 처분 후 적립금 잔액은 19조3744억 원이다.
작년말 한은의 총자산 규모는 595조6437억 원으로 2020년 말 538조7304억 원보다 56조9133억 원 증가했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한국은행의 정책대응으로 국고채 매입과 금융중개지원대출 및 회사채·CP 매입기구에 대한 대출이 늘어남에 따라 유가증권과 어음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원ㆍ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화자산의 원화평가액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받았다.
주요 항목을 보면 유가증권 잔액이 435조5842억 원으로 전년보다 34조9362억 원 늘어났다. 어음대출과 예치금의 잔액은 각각 40조2798억 원, 29조9644억 원으로 전년말 대비 각각 6조75억 원, 1조923억 원 증가했다.
작년 말 부채 규모는 570조7646억 원으로 전년보다 54조2055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본 규모는 24조8790억 원으로 전년 말(22조1713억 원)보다 2조7077억 원 늘었다.
이 밖에 한은의 외화 자산운용현황을 보면, 현금성자산은 5.2%, 직접투자자산이 72.0%, 위탁자산이 22.8%를 차지했다. 통화별 비중은 미 달러화 68.3%, 기타 통화 31.7%다.
한은은 "미국 경제지표 호조, 미 연방준비제도 통화정책 조기 정상화에 대한 기대 강화 등으로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미 달러화 비중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상품별 비중은 정부채 44.9%, 정부기관채 14.1%, 회사채 12.9%, 자산유동화채 10.8%, 주식 10.4% 등이다. 기업실적 호조, 견조한 경제지표 등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을 반영해 주식 비중을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