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9조4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을 확정한 가운데 코로나19 치료제 구입 예산이 대폭 증가했다. 정부는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라게브리오와 주사용 치료제 렉키로나주·렘데시비르 공급물량을 늘리고, 예방용 항체치료제 이부실드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19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2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차 추경에 코로나19 방역과 치료제 구입 등 ‘방역 보강’ 예산 6조1000억 원이 책정됐다. 정부는 방역소요 보강 항목인 △진단검사 △격리입원치료 △생활지원에 3조5000억 원, 일반의료체계 전환 지원 항목인 △치료제 공급 △병상운영 △감염병 연구에 2조6000억 원을 배정했다.
정부는 향후 일반 의료체계로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충분하고 다양한 치료제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치료제 물량을 추가하고, 기저질환자 치료제 처방범위도 기존 40세에서 12세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먹는 치료제는 기존 100만 개에서 200만 개로, 주사용 치료제는 16만 개에서 21만 개로 공급량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1조3000억 원의 치료제 구입 예산은 2조1000억 원으로 증액됐다. 백신접종 효과가 낮은 면역저하자 보호를 위한 예방 목적 항체치료제 2만 명분도 신규 도입되며, 예산 396억 원이 반영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2일 기준 먹는 치료제 재고량은 56만2398명분이다. 올해 1월부터 이달 12일까지 누적 사용량은 팍스로비드 24만5380명, 라게브리오 2만180명분이다. 기존 사용량과 재고량을 더해 현재까지 국내 도입 물량은 약 82만 명분이다.
문제는 먹는 치료제 추가 도입을 위해서는 제약사들과 다시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새로 도입키로 한 이부실드는 아직 국내에서 허가도 받지 못했다. 긴급사용승인과 계약 체결을 함께 진행해야 하는 만큼 도입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
이부실드 개발사인 아스트라제네카는 한국과 중국, 스웨덴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만 이부실드가 생산돼 전 세계에 공급된다. 국내 생산 이부실드 물량은 미국과 유럽에 공급 중이며, 아시아 지역 등 다른 나라 국가들과의 공급 계약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부실드는 장기지속형 항체(LAAB) 복합제다.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았다. FDA 승인 정보에 따르면 기저질환이나 면역억제제 복용으로 인한 중증도와 중증 면역저하자, 백신접종에도 면역력이 적절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성인과 체중 40%kg 이상·12세 이상 청소년이다. 특히 기저질환이나 부작용 등을 이유로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코로나19 예방용으로 사용 가능하다.
세계 인구의 약 2%는 코로나19 백신에 충분하지 않은 반응이 나타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 약 700만명의 면역저하자들이 이부실드를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혈액암 환자나 화학항암제로 치료 중인 암환자, 투석환자, 장기 이식 후 약물 복용 중인 환자,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사람들이 포함된다”며 “임상결과 바이러스 예방효과는 6개월 이상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앞서 보건당국은 3월25일 이부실드 도입 검토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2개월여가 지났음에도 감감 무소식이다. 정부는 3월 이후 최근까지 “제약사와 구체적인 공급일정과 물량은 협의중”이라는 답만 되풀이했다.
이투데이가 12일 질병청에 이부실드 도입 진행상황 확인을 요청하자 “제약사와 협의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19일 추경에 예산 확보에 따른 도입계획 관련 질의에도 “구체적 도입물량 및 일정은 제약사와 협의중”이라며 “추후 예산확보 및 계약 완료 시 신속한 국내 도입을 위해 긴급사용승인 신청 예정이다. 계약사항 협의 및 필요예산 국회 확정 후 계약체결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부실드 도입을 위해서는 질병청의 임상자료 검토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사용승인 신청 제출, 식약처 승인 후 질병청의 도입 계약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특히 도입이 결정돼도 국내에서 생산된 이부실드 물량을 필요한 시기에 공급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추경으로 4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확보됐음에도 국내 도입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추경으로 예산이 확보된 만큼 보다 신속하게 긴급사용승인 신청 및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 오미크론 변이로 일일 확진자가 60만 명을 넘는 등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할 당시 다수의 의료전문가들은 가능한 모든 치료 옵션을 서둘러 도입하고, 최대한 빠르게 환자 치료에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 의료 전문가는 “새로운 오미크론 하위 변이가 국내에서도 발생하고 있고, 올 가을과 겨울 코로나19 재유행이 올 수 있는 만큼 미리 대응책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며 치료제 처방 기준 확대, 사용 가능한 치료제 신속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는 19일부터 20일까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를 열고 2차 추경에 대한 심사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