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와 단독주택 장점 모은 타운하우스, 주택시장 정착 가시화
시중 은행 부행장을 지낸 서경진씨(62)는 최근 살던 강남 도곡동의 타워팰리스를 팔았다. 서씨가 살던 타워팰리스는 64평짜리. 자녀들도 다 결혼해 부부만 둘이 지내기에 집이 너무 넓었고, 도시의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강해 이사를 가고 싶었던 것이다.
서씨가 택한 곳은 경기도 용인 외곽의 한 타운하우스. 60여 평 규모로 집 크기는 전에 살던 타워팰리스와 유사했지만 마치 정원이 딸린 집처럼 바베큐장이나 운동시설 등 부대시설이 많은 것이 맘에 든다. 아직 건강한 서씨 부부지만 그래도 나이가 있는 만큼 병원이나 관공서 등에도 너무 떨어져 살 순 없다. 그런 만큼 집에서 차량 3분 거리에 국도가 있는 위치도 맘에 들었다.
서씨는 남은 여생을 이 곳에서 마칠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언젠가 거동이 불편해지는 날이 오면 결국 서울로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전까지 서씨가 유년 시절을 보낸 고향과 같은 자연을 맛 볼 수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서씨는 타운하우스의 매력에 완전히 매료된 것이다.
고품격 웰빙 라이프를 표방한 타운하우스에 눈을 돌리는 이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향후 아파트에 버금가는 새로운 주거 형태로 떠오를 거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타운하우스란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장점만을 모은 주택 형태를 일컫는다. 아파트의 삭막함과 전원주택의 외로움, 그리고 단독주택의 불편함. 이 세 가지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준다는 게 타운하우스다.
타운하우스의 유래는 고급 주택의 전형으로 자리잡고 있는 유럽에서 기원한다. 중근세 영국 귀족들의 교외주택에서 유래된 것이 타운하우스다. 엄밀히 말하면 벽을 공유하는 블록형 저층 주택을 뜻한다. 하지만 시대와 장소가 다르면 의미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에 도입된 타운하우스는 4층 이하의 고급형 단독주택을 의미하고 있다. 여기에 각 가구마다 전용 테라스를 갖추고 있으며 커뮤니티 시설을 확보해야만 진정한 타운하우스라 할 수 있다.
한 타운하우스 시행사 관계자는 "타운하우스는 아파트에서 누릴 수 있는 생활의 편리함과 단독주택의 장점인 세대별 독립성 확보 문제를 절묘하게 살린 주택"이라며 "단지 출입구를 하나만 설치해 외부인이 반드시 보안 담당자를 거쳐야만 통과할 수 있도록 해 안전 문제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커뮤니티 형성도 타운하우스 주요 요건이다. 공동 기반 시설을 운영, 여러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경비 비용과 난방비용 등을 주민들이 함께 내기 때문에 관리비를 줄이고 체력 단련장, 복지관 등의 편의시설도 이용 가능한 것.
수평형으로 건물을 짓는 기존 방식과 달리 타운하우스는 수직형이라는 것도 차이점이다. 수평적으로 가구를 분리하는 게 아니라 수직 공간을 한 가구가 독점하는 형태다. 덕분에 층간 소음 문제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타운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친환경 웰빙 라이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조망권 등을 감안해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게 단지를 배치, 친환경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중산층 이상 구매층을 끌어들이는 요소인 셈이다.
최근 불어 닥친 타운하우스 붐은 2005년 말 헤르만하우스가 첫 선을 보이면서 형성됐다. 후분양을 시행한 헤르만하우스의 성공적인 분양 사례를 계기로 여러 건설업체들이 앞 다퉈 타운하우스 시장에 뛰어들었고 다행히 꽤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8월 판교 신도시에 공급됐던 연립주택 블록들이 예상 밖으로 10대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 것을 비롯해 하남시 제일 풍경채, 용인 동백 하우스토리, 세종 그랑시아 등이 조기 분양을 마쳤다. 우림건설이 동탄 신도시에 공급한 우림필유 게이티드하우스 역시 86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타운하우스의 향후 시장 전망은 반드시 밝지 만은 않다. 2005년 8.31대책 이후 주택시장에 집중된 각종 규제를 피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우회 사업’으로 택한 것이 타운하우스다. 타운하우스를 공급하는 건설사들은 저마다 새로운 주거 형태라는 점을 내세워 장점을 설명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와 그 만큼 따라주지 못하는 주거기능으로 인해 그다지 높은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것이 2007년과 2008년 SK건설이 용인 동백지구 단독주택부지에 공급한 '동백 아펠바움'이다. 아펠바움은 3.3㎡당 2100만~2500만원으로 용인지역 일반 아파트 분양가와는 차원이 다른 분양가를 책정한 바 있다. 192㎡부터 290㎡로 구성된 이 타운하우스는 그러나 엄청난 역풍을 맞으며 청약 부진에 시달린 바 있다.
또한 지난해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대우 '푸르지오하임'을 비롯해 타운하우스들이 대거 분양에 들어갔지만 '제로청약률'을 면치 못한 것도 타운하우스 실패의 한 면을 보여준 부분이다.
초고가에 공급되는 만큼 환금성이 떨어져 투자가치가 없는 주택을 살 수 있는 'VVIP'는 지극히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또 이 같은 초고가 주택의 경우 빈부간의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시각도 많아 홍보가 쉽지 않다는 약점이 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VVIP 마케팅이란,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추진해야 여론의 역풍 등을 피할 수 있다"며 "실제로 전문 디벨로퍼들이 공급에 열을 올렸던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의 경우 지나치게 알려진 이름 때문에 대부분 분양실적이 나쁜 상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