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그 이후의 과정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상대방 탓하고, 근거 없는 비난으로 서로를 헐뜯게 된다면 설상가상으로 2차적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다. 상담현장에서 고통과 저항을 다룰 때 ‘고난 = 고통 × 저항’이라는 고난공식으로 설명을 하곤 하였다. 즉, 책임회피와 서로 간 탓하고 비난하는 행위는 고통에 대한 일종의 저항에 해당한다.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 이후에 많은 성찰의 과정을 가졌지만, 그 사이에 안일함과 자만이라는 보이지 않는 저항을 키우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저항이 크면 고난도 크다. 반면에 각자의 잘못을 솔직하고 냉철하게 인정하고 반성하면서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수용의 과정이다. 이렇게 ‘성장 = 고난 × 수용’이라는 성장공식이 성립될 수 있다. 개인은 물론 사회도 고난을 이겨내고 수용한 만큼 성장할 수 있다.
고난 이후의 성장을 위해서는 고난을 극복해 나가는 주체가 회복에 대한 의지를 갖고 능력을 꾸준히 키워감으로써 마침내 고난에 대한 긍정적 수용을 도모할 수 있다. 청년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사회의 성숙으로 남겨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갖추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고통을 감내하고 고난을 직시하면서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수많은 개인이 모인 사회라는 큰 배는 거센 풍랑을 겪은 이후에도 또 다른 파도를 헤치며 성장을 향해서 나아가야 한다.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