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하반기 이후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우리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해오던 가계소비가 내년에는 부진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물가와 경기침체에 따른 소득감소 우려 때문이다. 국민은 소비 활성화를 위한 과제로 물가·환율 안정과 금리 인상 속도 조절 등을 꼽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2023년 국민 소비지출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과반(56.2%)은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 대비 축소할 계획으로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내년 가계 소비지출은 올해보다 평균적으로 2.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득분위별로 보면 상위 20%인 소득 5분위만 소비지출이 증가(+0.8%)하고 나머지 소득 1~4분위(하위 80%)는 모두 소비지출이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4분위에서는 소득이 낮을수록 소비지출 감소 폭이 더욱 클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분위별 내년도 소비지출 전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소득 1분위 -6.5% △2분위 -3.1% △3분위 -2.0% △4분위 -0.8% △5분위 +0.8 다. 전경련은 이에 대해 소득이 낮을수록 고물가와 경기침체에 따른 고용 및 소득감소 영향을 많이 받아 소비 여력이 비례적으로 축소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 내년에 소비지출을 축소하는 주요 이유로 물가 상승(43.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실직·소득 감소 우려(13.5%) △세금·공과금 부담(10.4%) △채무(대출 원리금 등) 상환 부담(10.3%) 등이 뒤를 이었다.
품목별로는 △여행·외식·숙박(21.0%) △내구재(15.4%) △여가·문화생활(15.0%) 등의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민간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년도 소비감소가 전망된다.
반면 △음식료품(26.6%) △주거비(전·월세 및 전기·가스 등)(20.9%) △생필품(12.7%) 등 필수소비재는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해당 품목이 최근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년에는 국민이 본격적인 경기침체에 대비하여 꼭 필요한 소비를 제외하고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내년 소비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는 △물가 상승세 지속(46.0%) △금리 인상(27.0%) △세금·공과금 부담 증가(11.9%)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위축(8.9%) 등이 지적됐다.
대다수(74.5%) 국민은 내년에 경기침체의 강도가 커질 것으로 우려하면서 가계 형편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았다. 가계형편이 나아질 것으로 본 응답 비중은 25.5%에 그쳤다.
국민 10명 중 6~7명(65.3%)은 물가와 채무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내년에 계획한 소비를 위한 소비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응답했다. 부족한 소비 여력을 확보하는 방법으로는 △부업(35.7%) △저축 해지(22.6%) △주식 등 금융자산 매도(17.9%) 등을 꼽았다.
국민들은 소비 활성화 시점으로 2024년 상반기(24.1%)와 2023년 하반기(21.9%)를 가장 많이 꼽았다. ‘기약 없음’ 응답 비중도 21.5%에 달했다.
국민들은 소비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로는 △물가·환율 안정(42.7%) △금리 인상 속도 조절(20.9%) △조세부담 완화(14.5%) 등을 지적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내년에 1%대의 저성장이 현실화할 경우 가계의 소비 펀더멘털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민간소비의 핵심인 가계소득 보전을 위해 기업 활력 제고로 일자리 유지·창출 여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