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32곳 산하 공공기관 자회사 혁신안 논의에 착수했다. 앞서 국토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집단에너지 사업 폐지 등 산하 공공기관 혁신안 시행을 지시한 바 있다. 이에 해당 용역 역시 산하 공공기관 혁신방안의 연장선으로 사업 효율화를 위한 기초 작업으로 풀이된다.
20일 본지 취재 결과 국토부는 지난 16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자회사 효율적 관리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올해 기준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은 총 28개로, 이 중 10개 기관이 32개 자회사를 보유 중이다.
이번 분석 대상 자회사는 총 32곳 자회사 중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은 25곳이다. LH의 경우 ‘LH사옥관리’와 ‘LH주거복지정보’ 등 8곳이 포함됐다. LH사옥관리는 시설관리와 청소, 경비, 취사 등을 담당한다. LH주거복지정보는 LH 주거복지 사업에 대한 전화 상담서비스를 진행한다. 모두 2018년 LH 위탁 분야 근로자 정규직 전환을 위해 설립됐다. 한국부동산원의 ‘REB파트너스’도 2018년 정규직 전환을 위해 부동산원의 조사와 고객센터, 시설관리 분야에서 일하는 용역 근로자를 정규직 채용하면서 설립됐다.
25곳 자회사 분석 내용은 공공기관 자회사 관리·감독 체계와 자회사 내부 인사·보수 등 경영시스템 전반에 걸쳐 진행한다. 또 해당 자회사의 업무영역과 관련한 민간시장의 자회사 관리체계 분석도 함께 시행하고 이를 통해 공공기관 자회사 관리체계와 비교 분석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모회사 관리강화 방안 제시(경영진 성과평가 확대, 모회사 인력 지원 등)도 포함한 통합 관리체계 수립을 목표로 한다.
국토부는 제안서에서 “공공기관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공공기관 혁신’을 추진 중”이라며 “공적 기능을 수행 중인 공공기관 자회사에 대해서도 운영현황을 파악하고 관리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사업 배경을 밝혔다.
지난해 9월 국토부는 고강도 산하 공공기관 혁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공공기관 산하 자회사 관리방안 용역 역시 지난해에 이어 공공기관 통폐합 등 혁신안 시행을 위한 사전 땅 고르기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국토부는 자회사 통폐합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업 지시서에 나온 내용 이상으로 해석하긴 어렵고, 내용 그대로 해석해 달라”며 “(통폐합 등) 해당 방안에 대해선 전혀 논의하고 있지 않고, 표면적으로 자회사 현황을 분석하고 어떤 관리체계를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연구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LH 자회사 노조 관계자 역시 “통폐합을 시행하려면 (해당 자회사가) 수익을 아예 많이 내거나 혹은 아예 못 내거나, 민간과 업무영역이 겹치는 등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자회사 대부분 업무가 수익이 아닌 청소나 콜센터 등 (모회사) 업무 보조 정도라 명분이 약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는 국토부의 ‘혁신 칼날’이 자회사 통폐합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5월 고강도 산하 공공기관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선포했다. 같은 해 9월 국토부는 28개 산하 공공기관 혁신방안 중간 추진 상황을 발표했다.
당시 국토부는 “산하 공공기관이 비대해지면서 설립목적과 관련성이 적거나 무관한 부분까지 업역을 확장한 사례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 자회사와 출자회사 등이 많아 퇴직자 재취업 등 이권 개입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에 LH는 집단에너지사업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빠른 폐지를 결정하고, 주거급여 조사 등은 지자체 이관을 검토하기로 했다. 경영성과가 부실한 출자회사는 단계적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부동산원 역시 담보대출용 감정평가서 검토, 토지재결정보시스템 등은 민간에 이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