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백악관 주요 보직으로 등용된 사람들 대부분 중국과 직간접적 연결고리가 있다. 예를 들어 클린턴 행정부의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 부시 행정부의 조슈아 볼튼 백악관 비서실장과 로버트 졸릭 국무부 부장관, 랜덜 포트 국무장관 정책고문이 있고, 조지 부시 2세 행정부의 헨리 폴슨 재무장관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월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많은 골드만삭스 출신들이 미국 내 정치·외교·경제 관련 주요 보직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들은 워싱턴 커넥션을 형성하며 미국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에 따라 엄청난 부를 누렸다. 중국이 골드만삭스와 밀접한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골드만삭스와 공산당의 공생관계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 건설은행의 행장이었던 왕치산 부총리와 골드만삭스의 미국증시 아시아 담당이었던 헨리 폴슨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중국은 국영 대형기업들의 미국상장을 월가의 큰손인 골드만삭스에 맡겨 국제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다음 해인 1997년 2월 25일 헨리 폴슨은 중국에서 당시 주룽지 총리와의 만남을 가졌다. 그 결과 중국 국영기업 처음으로 차이나모바일이 1997년 뉴욕증시에 상장했고, 2000년 차이나유니콤, 2002년 차이나텔레콤이 미국증시에 상장했다.
2006년 헨리 폴슨은 재무장관으로 항저우를 방문해 당시 저장성 당서기였던 시진핑과 만나 더욱 친밀한 공생관계를 구축했다. 34년 전 닉슨 대통령과 저우언라이(주은래) 총리가 만났던 같은 장소인 항저우 국빈관에서 상호공생의 단단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이다.
2020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군이 소유했거나 통제하는 중국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차이나텔레콤,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이 미국 내 주식거래 금지 및 퇴출이 되었지만, 당시 중국통신 3사의 성공적 미국증시 상장 뒤에는 골드만삭스가 있었다. 차이나모바일의 경우 42억2000만 달러를 공모함으로써 공산당은 엄청난 자본을 모을 수 있었고, 그를 도운 골드만삭스도 공모가의 많은 수수료를 챙겼다. 그 밖에 2000년 4월, 뉴욕과 홍콩에 동시 상장한 페트로차이나(중국석유천연가스) 등 2021년 상반기 기준 미국증시에 상장된 239개 중국기업들 또한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은행 등의 월가자본과 연결돼 있다. 월가와 공산당의 밀월여행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과 2019년 중국 금융시장 개방과 함께 월가와 유럽계 글로벌 자본들의 중국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이들의 관계는 더욱 돈독하게 발전해 나갔다.
2019년 12월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프랑스 아문디와 중국은행은 55%와 45% 지분 구조로 합작 인가를 받았고, 2020년 9월 외국계 자산운영사 최초로 과반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으로 정식 승인을 받았다. 또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2020년 8월 합작기업 형태로 중국 자산운용 영업허가 가승인을 받게 된다. 10억 위안(약 1927억 원)의 등록자본금으로 블랙록 50.1%, 중국건설은행 40%,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홀딩스 9.9%로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했다.
2020년 8월에는 외국기업 최초로 100% 외국소유인 뮤추얼펀드(공모펀드) 운용기업으로 승인받게 된다. 중국 내 주식보다 좀 더 안전한 펀드에 투자하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중국 공모펀드 시장 규모도 2022년 기준 26조 위안(약 5011조 원)을 넘어선 상태다. 지금도 월가와 유럽계 외국자본들이 중국금융시장 선점을 위해 공산당과 보이지 않는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1월 영국 슈로더 자산운용사는 중국정부로부터 100% 지분의 뮤추얼펀드 회사설립 가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뉴버거버만, 피델리티, 알리안츠, HSBC, 워버그 핀커스 등 글로벌 자본들도 중국 내 합자운영 중인 공모펀드 운용사를 독자전환으로 가속화하고 있는 추세다. 기존의 조인트벤처로 운영 중인 모건스탠리와 JP모건도 외국계 독자 공모펀드 운영사로 자격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중국자본시장 개방의 가속화는 월가와 공산당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월가를 통해 미국과의 관계개선 및 지속적인 중재자 역할을 요구하는 대신 공산당이 그들에게 중국에서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선물인 셈이다. 중국은 2020년부터 점차적으로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2020년 1월에는 외국인 소유 선물보험기업 영업을 허용하고, 2020년 4월에는 외국인이 100% 소유한 자산운용사(공모·사모펀드) 설립이 가능해졌다. 또한 그해 12월에는 외국인 100% 소유의 증권사도 개방해 외국계 투자은행의 중국본토 내 주식중개도 허용하도록 규제를 풀었다.
중국자본시장의 점진적 개방목적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2020년 1월 미중 1단계 무역협상에 근거해 중국 금융시장개방 조항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둘째 미중 충돌과 중국경제하방에 따른 글로벌 자금유입을 통한 유동성 확보, 셋째 월가의 자본과 공산당 간의 결탁을 통해 미중 전략경쟁의 구도 속에서 미국 내 아군을 만들고자 하는 공산당의 속내도 함께 내포돼 있다. 2021년 11월 발표한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의 연례보고서 자료에 의하면 중국증시와 채권시장에 투자한 미국자본이 2017년의 7650억 달러에서 2020년 1조2000억 달러로 57.5% 급증했다. 결국 월가의 투자은행, 자산운용사, 뮤추얼펀드가 중국금융시장 참여를 늘리며 공산당과의 협력이 더욱 강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2021년 5월 ‘월스트리트가 중국과 새로운 사랑에 빠졌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미중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는 가운데 오히려 월가와 공산당 자본은 더욱 동조화된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및 블랙록 등 월가 금융자본들과 공산당 간 공생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월가는 돈은 국적도 없고 자본주의에서는 대통령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강하게 믿고 있다. 특히 중국 금융시장 개방에 따라 ‘더 그레이ㄹ트 월스리스트’는 월가 그들만의 리그로 재구성되고 있다.
더 그레이트 월스트리트(The Great Wall Street)는 ‘만리장성(The Great Wall)’과 ‘미국 금융가(Wall Street)’를 합성한 말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금융시장을 빗대어 만든 신조어다. 2022년 기준 중국은행 자산운용(재테크) 시장규모가 약 27.65조 위안(약 5329조 원)으로 신탁·펀드 및 보험시장 규모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부유층과 중산층을 잡기 위한 월가 및 유럽 글로벌 자본들의 중국금융시장 공략은 가속화되고 있고, 이로 인해 공산당과의 관계망을 더욱 공고히 구축해가고 있다. 공산당과의 타협과 결탁을 통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2022년 1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이자 CEO인 레이 달리오가 UBS 그룹이 주최한 ‘위대한 중국 콘퍼런스’에서 중국의 공동부유정책에 찬사를 보냈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국력은 떨어지고 중국 공산당의 주도권은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록 미국 내 강력한 비판여론에 직면해 있지만, 월가와 공산당의 밀월여행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만의 자본 카르텔을 통해 더욱 단단한 관계망을 만들어갈 것이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지냈다. 미국 듀크대 방문학자와 함께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현재 미주리 주립대학에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