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처럼 변한 중국인에…유럽 명품업체들 울상

입력 2024-08-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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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경제 붕괴 직후 1990년대 일본인들과 비슷”
따마 NO…가성비 따지고 믹스앤매치 스타일 고심
블룸버그 “중국인들도 자신만의 감각 찾기 시작”

▲중국 관광객이 27일 도쿄의 긴자 쇼핑거리에서 구매한 럭셔리 물건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긴자(일본)/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관광객이 27일 도쿄의 긴자 쇼핑거리에서 구매한 럭셔리 물건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긴자(일본)/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인들이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이후 일본인들처럼 ‘가성비’와 ‘믹스앤매치(Mix&Match)’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명품업체들이 최대 시장인 중국 실적이 급감한 타격을 정통으로 받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근본적인 문화적 변화까지 가세해 고심이 깊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루이뷔통ㆍ디올ㆍ티파니앤코 등 70여 개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한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이 1%대에 그쳤다. 또 프라다ㆍ구찌ㆍ보테가베네타 등의 이탈리아 케링그룹, 영국 전통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 오메가ㆍ블랑팡 등 주요 시계 브랜드를 보유한 스위스의 스와치, 독일 프리미엄 의류 브랜드 휴고보스 등 유럽의 소위 명품 브랜드들도 일제히 부진한 실적을 보고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주된 원인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변심을 꼽았다. 20여년간 지속돼온 중국인들의 맹목적인 명품 사랑이 중국의 경기 침체, 시진핑 주석의 쾌락주의적 라이프스타일 단속, 급격한 환율 변동 등으로 균열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는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의 변화가 있다고 봤다. 블룸버그는 명품업체들이 중국 소비자들이 최근 슈퍼 엔저로 인한 할인 효과를 누리기 위해 본토가 아닌 일본으로 원정 명품 쇼핑을 해 마진이 축소되는 것보다 1990년대 일본인들처럼 행동하기 시작하는 것을 더 우려스러운 점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경제는 1960~1970년 고속 성장을 계속한 후 1980년대 대 호황기를 맞았다. 1980년 후반에 이르러서는 일본은 미국보다 높은 국내총생산(GDP)을 기록하는 등 세계에서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는 국가였다. 이에 일본의 부유한 소비자들은 럭셔리 브랜드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려입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거품이 갑작스레 터지면서 일본인들은 가성비에 주목했다. 이와 더불어 유니클로, 무인양품 등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세계적 일본 토종 브랜드들이 싹을 틔웠다. 일본 패셔니스타들은 저렴한 무인양품 옷과 수년간 매일 들고 다닐 수 있는 명품 핸드백을 함께 착용하는 센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일명 믹스앤매치다.

최근에는 이러한 스타일링 방식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젊고 부유한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중국 대표 소셜 커머스 플랫폼인 샤오홍슈에는 은행에 잔고가 많지 않은 일본인들이 부자처럼 보이게 옷을 입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헤어스타일, 피부관리,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게 골자다. 반면에 화려한 베르사체 드레스에 샤넬 핸드백을 착용하면 패션 감각이 없는 나이 든 부유층 여성을 비하하는 따마(dama·大母)처럼 보일 뿐이라고 주의를 준다.

또한 소셜미디어와 이커머스로 중국의 가성비 개념이 극단적으로 해석되는 현상도 감지됐다. 인플루언서와 패셔니스타들이 럭셔리 상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사진이나 저녁 외출을 위해 착용한 후 무료로 반품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스위스 리치몬트 계열 이커머스 운영사인 육스 네타포르테 그룹(YOOX Net-A-Porter Group)가 최근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것도 이러한 급증하는 명품 반품 비용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전해졌다.

아울러 중국 소비자들이 명품을 정가보다는 아울렛 등에서 할인된 가격에 구매하는 요령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버버리, 베르사체 등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명품 브랜드들을 이제 아울렛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게 된 주요 배경이다.

정가에 명품을 쓸어 담는 중국인들을 갈수록 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중국인들이 명품을 사게 하는 기준이 높아졌다”면서 “중국도 본의 이전 세대처럼 자신만의 감각과 감성을 찾았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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