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뿐 아니라 국내 유람선과 크루즈선에도 리튬이온배터리가 장착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실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대 250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크루즈선을 포함해 국내 전기추진선박 7척이 최근 전기차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리튬배터리를 단일 동력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비교적 화재 위험이 낮은 ‘하이브리드 방식’(전기 배터리와 내연기관을 번갈아 사용)이 적용된 선박은 없었다.
선종별로 보면 유람선 4척과 크루즈선(도선) 1척, 차도선(차량과 승객을 함께 싣는 여객선) 1척, 댐관리선 1척이었다. 크루즈선의 경우 최대 250명, 유람선은 최대 70여 명의 승객을 태우고 경기·충청 일대 관광지를 유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20톤급 차도선도 120여명의 탑승객을 태울 수 있다. 청라 전기차 화재처럼 배터리 발화가 대형 화재로 번질 경우,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구조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순식간에 온도가 1000도 이상 치솟는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화재로 이어질 경우 일반 소화약제로는 화재 진압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소화 후 재발화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해수부에 따르면 전기선박추진선 화재는 이미 최근 2년 사이 두 차례 발생했다. 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던 선박의 배터리 랙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등이다.
이에 해수부는 ‘전기추진 선박기준’ 등을 마련해 선내 배터리실에 고정식 소화장치, 물분사 소화장치, 휴대용 분말 소화기(또는 CO2 소화기)를 설치·비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리튬배터리 소화기 인증 기준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일반 소화약제를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본지에 “일반 소화기로 불을 끄는 데 한계가 있단 점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리튬이온배터리에 적합한 소화장치가 해수부와 국립소방연구원 쪽에서 확인한 바로는 현재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선박 화재가 수중에서 발생하는 만큼 신속한 소방 전문인력 투입에도 한계가 있단 지적이 나온다. 일반 건축물보다 철저한 안전 대비가 필요하단 게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선박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일반 건축물이나 자동차보다 화재 진압을 위한 초기 접근이 쉽지 않다. 자체 진화 시설을 보다 완벽하게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주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부 교수도 “선박에서 불이 났을 때 위험성이 더 높다. 승객들이 (불이 난) 섬에 갇혀 있는 상황과 똑같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교수는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스프링클러와 같은 설비들이 충분히 제때 기능하면 청라 지하주차장 화재와 같은 대형 사고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화재가 확산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배터리 랙 등을 분리 보관한다든지 격실로 나눌 필요는 있다”고 부연했다.
해수부는 추후 전기추진선 안전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고시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는 “여러 안전 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라면서 “화재로 배터리가 전소돼 선박 동력이 끊기지 않도록 배터리를 이중화 하는 등 관련 기준들을 개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규제심사 중에 있어 언제 개정이 완료될지는 확답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전기추진선박 운행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환경부가 2022년 대청호 특별대책지역 권역 내 전기를 포함한 친환경 도선의 운항을 허용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 선박 보급에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현재 리튬이온배터리 추진선박은 2척이 추가로 건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