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을 포함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주택 매수 때 대출 비중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3월 이후 반년 넘게 대출 비중이 줄었고, 지방에서도 9월과 달리 지난달에는 주택 매수 때 받은 대출 비중이 줄어든 지역이 증가했다.
5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따르면 서울의 10월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 소유권이전등기 기준 거래 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은 48.37%로 9월 49.18% 대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집합건물 거래액 중 채권최고액 비율은 3월(58.04%) 이후 7개월 연속 우하향했다. 특히 정부의 주택담보대출규제와 정책대출 조이기가 본격화된 8월 이후에는 3달 연속 50% 미만을 기록 중이다.
채권최고액은 은행이 대출받은 개인에게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다. 일반적으로 대출액의 120% 수준으로 설정한다. 채권최고액 비율 감소는 주택 매수 때 대출 비중이 줄었다는 뜻이다.
9월 대비 10월에는 전국에서 집합건물 거래액 중 채권최고액 비율이 줄어든 지역이 증가했다. 이 비율이 줄어든 지역은 10월 기준 전국 17개 지자체 중 11곳으로, 9월 9곳보다 2곳 늘었다.
인천 집합건물 거래액 중 채권최고액 비율은 8월 73.34%에서 9월 71.97%로 1.37%포인트(p) 줄었지만, 지난달에는 68.47%로 9월 감소 폭의 2배 이상인 3.5%p 감소로 나타났다. 이 밖에 울산(64.21%)과 전남(67.37%), 경남(67.41%), 제주(66.21%), 강원(69.05%), 전북(62.77%) 등은 집합건물 거래액 중 채권최고액 비율이 9월에는 전월 대비 늘었지만, 10월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10월 들어 지방 주택 시장까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서울에서도 대출 비중 축소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강서구는 8월 55% 수준에서 9월 59.2%까지 증가했지만, 10월 다시 55.34%로 쪼그라들었다. 노원구와 도봉구도 9월 59% 수준에서 10월 57%로 2%p 안팎의 감소세를 보였다. 강남 3구 가운데선 서초구가 9월 40.64%에서 10월 38.24%로 줄었고, 송파구도 43.75%에서 40.39%로 줄었다. 10월에는 서울 전체 25개 자치구 중 15개 자치구에서 전월 대비 집합건물 거래액 중 채권최고액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8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보다 0.01%p 내린 0.08%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외곽지역은 대출 규제가 지속하면서 집값 오름폭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이달 넷째 주 기준 노원구는 0.03% 올랐고, 도봉구는 0.05%, 강북구는 0.03% 올라 모두 서울 평균을 밑돌고 있다.
앞으로 서울을 포함한 전국 집값 상승세는 대출 규제와 맞물려 더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10월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75조6687억으로 전월 대비 1조923억 원 증가했다. 8월과 9월 각각 8조9000억 원과 5조9000억 원씩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금리 인하에도 정부 대출 규제 압박에 시중은행이 대출량을 조정한 결과로 보인다.
다만 대출 규제로 집값 오름세가 둔화할 순 있겠지만 내림세로 전환하는 등 집값 하락 반전은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최근 대출 규제가 이어져도 집값 하락세로 이어지긴 여러 상황상 어렵다. 앞으로 시장 내 주택 공급 물량도 부족하고 입주 물량도 서울은 수요 대비 적은 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금리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도 크므로 약간의 집값 조정은 있겠지만 대세 하락으로 시장 분위기가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