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글로벌세아 품에서 재도약 박차…옛 영광은 아직 멀리에[중견건설사 UP&DOWN ①]

입력 2024-1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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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세아에 인수 후 연속 적자 탈출·부채비율↓
영업이익 규모는 2000년대 평균의 절반 못 미쳐
시평 33위에서 26위 회복…1990년대엔 '톱 10'

해외건설 명가

▲서울 송파구 쌍용건설 본사. (뉴시스)
▲서울 송파구 쌍용건설 본사. (뉴시스)

쌍용건설이 글로벌세아 품에서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적자를 벗어난 만큼 성장을 가속해 해외건설 부문에서의 명성을 회복하고 건설업계 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겠다는 것이다.

김인수 쌍용건설 대표이사는 지난달 열린 창립 47주년 기념식에서 이런 의지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가혹한 한해였지만 올해도 작년보다 더 성장했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도 흑자를 이뤄 도약의 기반을 다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정진해달라"고 말했다.

지난해 흑자 전환한 데 이어 올해도 괜찮은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갈 수 있게 노력하자는 얘기다.

김웅기 글로벌세아 그룹 회장은 지난해 창립 기념식에서 "쌍용건설이 누렸던 옛날의 명성과 영화를 되찾을 것을 약속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다만 쌍용건설의 강한 의지와는 달리 건설업계에서는 도약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환위기發 20여 년의 위기 그리고 기사회생

1977년 설립된 쌍용건설은 1980년 착공해 1986년 준공한 싱가포르 '래플즈 시티' 프로젝트를 통해 해외건설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1984년 '해외건설 수출 10억 불탑'을 수상했고 당시 김석준 사장은 국위 선양 등의 공로로 1987년 대한민국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쌍용건설은 1997년 유력 건설전문지인 미국 ENR의 평가에서 세계 호텔 부문과 오피스 부문에 각각 2위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모그룹이 해체되면서 1999년 3월 첫 번째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그 과정에서 2002년 10월 최대주주가 쌍용양회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 변경됐다.

첫 번째 워크아웃은 5년 7개월만인 2004년 10월 졸업했다. 이후 정상화 과정을 걸으며 매각을 추진했으나 순탄치 않았다. 쌍용건설 매각은 2007년부터 2015년 1월 두바이투자청(ICD)에 인수될 때까지 7차례나 실패했다.

그 사이에 위기는 다시 고조됐다. 연속된 적자로 재무구조가 악화했고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면서 2013년 2월 두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진통 끝에 재차 시작된 워크아웃은 난항을 겪었고 유동성 위기가 커진 쌍용건설은 2013년 12월 법정관리를 선택했다.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던 2014년 12월 두바이투자청(IDC)이 쌍용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다음 해 1월 본계약을 체결을 맺으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법정관리에서는 2015년 3월 벗어났다.

두바이투자청 인수 이후 해외 공사에서의 시너지를 기대했으나 두바이 경기 침체와 코로나 19 대유행 등으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고 두바이투자청이 투자계열사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서면서 2022년 12월 글로벌세아로 주인이 바뀌었다.

▲래플즈 시티 싱가포르 (사진제공=쌍용건설)
▲래플즈 시티 싱가포르 (사진제공=쌍용건설)

암흑 터널 벗어나 재무·실적 회복…옛 명성 회복은 '글쎄'

쌍용건설은 글로벌세아에 인수된 뒤 재무안정성이 높아지고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쌍용건설의 부채비율은 2022년 말 753%에서 올해 3월 말 255.2% 낮아졌다. 2021~2022년 해외 현장의 대규모 손실 여파로 자본총계가 1121억 원으로 축소됐었는데 올해 3월 말 3071억 원으로 확충되면서다. 글로벌세아가 15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원한 영향이다.

영업이익은 2023년 318억 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이어졌던 적자에서 벗어났다. 당기순이익은 4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쌍용건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59억 원이다. 흑자전환의 배경은 코로나 19 대유행 기간 높아졌던 원가율 개선과 대형 프로젝트 도급비 증액·정산, 원가율 절감 등이다.

올해 실적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수준의 이익을 내면서 2년 연속 흑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예상대로라면 쌍용건설의 실적이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2010년 이후 2년에 한 번꼴로 영업적자를 냈다는 점에서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2022년 33위로 저점을 찍은 뒤 2023년 28위, 올해 26위로 올라오고 있다.

쌍용건설의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매출이나 이익 규모가 지금보다 크게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상반기 주요 해외손실 사업장의 일단락을 감안하면 중단기적으로 영업이익 흑자기조가 가능하겠지만 여전히 높은 해외사업의 원가율, 과거보다 높아진 원가 등을 고려하면 중기적으로 급격한 영업수익성 개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평가한 바 있다. 매출 규모도 현재 수준 정도를 예상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쌍용건설은 여러 면에서의 규모와 입지가 한창때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글로벌세아와도 이렇다 할 시너지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서 큰 성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옛 명성을 되찾자는 것은 계속 발전해나가자는 의지를 다지는 선언 정도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쌍용건설의 영업이익은 과거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지난해 영업이익 318억 원은 20여 년 전인 2001년 1337억 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계속 흑자를 낸 2001~2010년 평균인 742억 원과 비교해도 절반에 못 미친다. 기업집단포털을 보면 임직원 수는 1997년 1998명에서 올해 5월 1143명으로 43%가량 줄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줄곧 10위 안팎을 유지했다. 1990년대에는 '톱 10'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2018년부터는 30위에 더 가깝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글로벌세아 인수 후에 정상 궤도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며 "아이티 태양광 사업을 수주하고 국내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참여하는 것도 글로벌세아의 네트워크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바탕으로 우크리아나 재건사업이 본격화했을 때 누구보다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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