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최근 집권당이 잇따라 교체되는 흐름과 달리 아일랜드는 현직 중도 우파 연합이 집권당 지위를 수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치른 총선 개표가 이날 저녁까지 4분의 3 이상 진행된 가운데 중도 우파인 아일랜드공화당이 22%, 중도 우파인 통일아일랜드당이 21%, 제1야당인 민족주의 성향의 신페인당이 19%가량을 득표했다.
이대로 결과가 유지된다면 174석 의석 중 88석을 차지할 과반 정당이 없어 아일랜드공화당과 통일아일랜드당은 이전처럼 연정을 구성해야 한다.
NYT는 투표수는 근소한 차이이지만 아일랜드의 두 주요 중도 우파 정당이 연정 협상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신페인당은 결국 야당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두 당이 신페인당과의 연합 가능성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두 당의 득표율이 88석에 못 미치면 세 번째 연립 파트너가 누구인지 결정해야 한다. 다른 소수당이나 무소속 의원들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번 투표율은 1923년 이후 가장 낮은 59.7%를 기록했다.
아일랜드는 현대국가로 건국된 이래 약 100년간 공약이 비슷한 아일랜드공화당과 통일아일랜드당이 주로 번갈아 주도하며 집권해 왔다. 하지만 2020년 총선에서는 두 정당 모두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 만큼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역사상 처음으로 ‘대연정’을 하기 위해 녹색당까지 손을 잡은 바 있다.
이는 아일랜드의 정치 지형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차기 정부는 이번 선거 최대 현안이었던 이민 급증과 집값 급등 등으로 인한 고물가 등을 과제로 안고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미국 기업에서 유입되는 관세나 법인세 자금을 환수할 가능성이 있다. 세계적인 조세 회피처로 유명한 아일랜드는 미국의 기술·제약 대기업을 대거 유치해, 부의 대부분을 쌓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