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수석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에 4일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국무위원 18명 전원 역시 사의 표명에 나섰고, 야당은 대통령 퇴진 공세에 즉각 돌입했다. 전날 밤 기습 선포한 '비상계엄'의 후폭풍이 몰아치면서 정치권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취재진에 "실장·수석 일괄 사의 표명"을 공지했다. 정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사의 표명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비서실장을 포함해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까지 핵심 참모진이 포함됐다. 홍철호 정무수석과 이도운 홍보수석 등 수석비서관 역시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각 역시 총사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내각 총사퇴, 국방부 장관 해임, 대통령 탈당을 요청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위기를 통과 못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3시간 넘게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내각 총사퇴와 김용현 국방부 장관 해임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미 국무위원들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한 총리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한 총리는 정부 셧다운을 우려하며 "마지막까지 소임을 다해달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정치권은 탄핵 공세를 본격화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野) 6당은 이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5일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면 6∼7일 표결할 계획이다.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면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국방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한 내란죄 고발도 공식화했다. 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할 경우 윤 대통령은 즉각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은 이날 정오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비상시국대회를 개최하고 윤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정국이 혼란에 휩싸이면서 윤 대통령은 '레임덕(권력 누수)'을 넘어 '데드덕(권력 상실)'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정 지지도가 이미 10%대로 내려앉은 상황에서 무리수에 가까운 계엄 카드 파장이 국정 동력 붕괴를 부채질했다는 관측이다. 경제 위기 대응과 민생 대책 마련 등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번 비상계엄 파장은 10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이 예정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엄 선포로 국민의힘 이탈표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밤 10시25분쯤 비상 계엄을 기습적으로 선포했다. 국회는 이날 오전 1시2분쯤 국회 본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안을 가결했고,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4시26분쯤 계엄 해제를 선언하면서 계엄 사태는 6시간 만에 일단락됐다. 하지만 계엄 패닉에 금융시장이 계속 출렁였고,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때 2% 넘게 떨어졌다. 정부 주요 부처는 온종일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