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명이 광장에서 ‘자유’ 환호
러ㆍ이란, 중동 핵심 동맹국 잃어 타격
미국 거리 두기…트럼프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이슬람 무장조직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주도하는 시리아 반군이 8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를 함락하고 시리아 내전 13년 만에 승리를 선언했다.
CNN에 따르면 시리아 반군은 이날 “다마스쿠스는 이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발표했다.
앞서 HTS는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는 반정부 소규모 무장조직과 합세해 지난달 27일부터 시리아 북부에서 본격적으로 공세를 펼쳐 대도시를 연쇄 점령했다. 사흘 뒤인 같은 달 30일 시리아 제2도시이자 경제 중심지 알레포를 8년 만에 다시 차지했다. 이달 5일에는 네 번째로 큰 도시인 하마를 점령했다. 7일에는 다마스쿠스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제3의 도시 홈스에 진입했고 다마스쿠스를 포위하기에 이른다. 마침내 이날 다마스쿠스를 탈취, 공항과 언론매체 등 공공기관 통제에 들어갔다.
반군의 승리에 수천 명의 사람이 다마스쿠스 중앙 광장에 모여서 반세기 동안의 아사드 가문 통치에서 벗어난 것을 기뻐하며 자유를 연호했다고 CNN은 전했다. 시민들은 아사드 부자의 동상과 포스터를 훼손하기도 했다.
아사드 정권은 부친인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 때부터 53년간 독재 세습 체제를 유지했지만, 불과 10여 일만에 무너진 것이다.
24년간 통치해온 아사드 대통령은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내전이 벌어지자 화학무기 사용 등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실각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러시아와 이란의 군사ㆍ정치적 지원에 의존해 반군을 제어하고 정권을 지켰다.
그러나 러시아, 이란이 각각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의 분쟁으로 아사드 정권을 적극적으로 도울 여력이 부족해지자 최근 전세가 급반전돼 반군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로이터통신은 이러한 극적인 붕괴는 중동 정세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사드 가문의 철권통치가 종식됐고, 러시아와 이란은 중동에서 핵심 동맹국을 잃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시리아를 둘러싼 강대국들은 이번 사태에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미국은 아사드 독재 정권에 맞서는 반군을 지원해왔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시리아 사태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세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시리아가 엉망이지만 우리의 우방은 아니다”라며 “미국은 시리아와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숀 샤벳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반군의 시리아 수도 점령 선언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사건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지역 파트너들과 끊임없이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표명했다.
러시아ㆍ이란ㆍ튀르키예 외무장관들은 카타르에서 열린 도하 포럼을 계기로 전날 유엔의 시리아 특사인 예이르 페데르센과 그 밖의 중동 국가들과 함께 시리아 내전 문제를 논의하고 정치적인 해결을 촉구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내놓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