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 "의견 갈렸던 상황에 담화로 빠른 퇴진 이어질 것"
윤상철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의 충돌…권력 자제 필요도"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스스로 탄핵에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회학자들은 “계엄 탄핵 정국 속에 이번 대통령 담화는 사회적 위기를 훨씬 심화시키는 ‘증폭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2일 본지는 윤 대통령이 4차 담화에 나선 직후 세 명의 사회학자들에게 이 같은 대통령의 메시지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에 대해 긴급진단에 나섰다.
먼저, 원로 진보학자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번 담화와 관련해 “고도로 전략적이고 계산된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12·3 비상계엄'에 따른 여야간 '탄핵정국'으로 혼란한 상황에 대통령까지 물러난다면 향후 사회적 불안이 더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를 노린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 명예교수는 “계엄 선포로 인해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자신과 함께 일어설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던진 것”이라면서 “이 같은 메시지에 공감하는 이들도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다수의 국민이 윤 대통령의 계엄령 발동에 대해 분노하고 탄핵 정국에 동참하고 있지만, 실제로 탄핵이 성사될 경우 앞으로의 미래 사회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해선 낙관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라며 "이를 노린 윤 대통령이 관련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향후 정국은 더 복잡하게 꼬일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윤 대통령은 이번 담화를 통해 탄핵 장기전으로 헌법재판소에서 법리 다툼 입장을 확실시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면 윤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는 180일(6개월) 이내 탄핵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한 명예교수는 "이렇게 될시 여당이 요구하는 2, 3월 하야보다는 대통령직을 오래 유지할 수 있고, 헌재에서 이번 비상계엄의 합헌성에 대해 따져봐 ‘탄핵 기각’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윤 대통령 담화가 결국은 빠른 대통령 퇴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이병훈 중앙대 명예교수는 “(윤 대통령의 담화가) 스스로 조기 퇴진의 수순으로 대통령이 내몰고 있다”면서 “결국 대통령을 지지했던 ‘친윤’ 세력과 일부 국민들만 전체 국민들과 맞서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국회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윤 대통령 담화 직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탄핵 찬성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 명예교수는 “(오늘) 대통령 담화 직전까지는 어떻게 정리하고 사태를 수습할 것인지에 대한 이견들이 있었는데 결국 다수가 ‘결국은 탄핵’이라는 의견이 14일 모일 것 같다”고 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의 충돌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강력한 의회권력에 대응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권한은 법안거부권과 비상계엄 외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며 “문제는 법안 거부권은 수동적인 견제권한이고, 비상계엄이 적극적인 견제권한인데, 이번 비상계엄과 탄핵은 대통령의 행정권력과 절대 다수당의 의회권력이 충돌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윤 교수는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졌는가가 관건”이라며 “이 문제를 합리적,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해결하지 않고 ‘포퓰리즘적 대중동원적 틀로 해결하려 한다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앞날은 어두울 것”이라면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통령도 의회도 국민이 뽑아준 만큼 그들 스스로가 제도적 한계 내에서 스스로에게 주어진 권력을 자제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