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당 소속 의원들은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지만, 한 대표가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을 중심으로 이탈표가 속출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 상정된 두 번째 윤 대통령 탄핵안은 재적의원 300명 중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야당 의원 192명 전원이 찬성했다는 가정하에 여당에서 12표의 이탈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배경에는 한 대표의 입장 선회가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대표는 비상계엄 사태 이틀 후인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었다. 이후 ‘질서있는 퇴진’을 주장하다가, 12일 “대통령이 조기 퇴진 의사가 없음이 확인된 이상 즉각적인 직무정지가 필요하다”며 탄핵에 찬성했다. 표결 전 윤 대통령 탄핵에 공개 찬성한 의원들 대다수(김상욱·김예지·조경태·진종오·한지아)는 친한계였다.
예상보다 많은 이탈표에 한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친윤계 의원들은 한 대표의 입장 선회와 윤 대통령 제명·출당을 위한 윤리위원회 긴급 소집에 반대했었다. 12일 의원총회에선 친윤계 의원들과 공개 충돌하는 양상까지 벌어졌다. 일부 친윤계 의원들은 당시 “한 대표 사퇴하라”, “내려와라” 등의 야유와 고성을 퍼부었다. 이날 본회의 직전에도 당내 모 의원이 ‘한 대표 책임론 및 사퇴 요구 시나리오’를 묻는 문자에 긍정적인 의사를 밝히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여권에선 친윤계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의 행보에 달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권 원내대표는 한 대표가 추진한 탄핵 당론 찬성, 윤 대통령 제명·출당을 위한 윤리위 긴급 소집 등에 반대 주장을 해왔었다. 일각에선 2022년 이준석 전 대표 때처럼 최고위원 4명 사퇴로 지도부 해산에 따른 당대표 궐위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다만 권 원내대표가 계파 갈등을 줄이려고 노력할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그는 12일 원내대표 선거 후보 정견발표에서 “탄핵보다 무거운 것이 분열”이라며 “분열을 막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 당의 화합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와의 관계에서도 “주요 현안마다 한 대표와 충분히 상의하겠다”고 말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한 뒤 2017년 복당해 ‘보수 분열’을 경험한 적 있는 권 원내대표이기에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