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대표직에서 전격 물러났다. 7·23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생 많으셨다.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그는 “최고위원 사퇴로 최고위가 붕괴되어 더 이상 당 대표로서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으신 모든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한 대표는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께 많이 죄송하다”며 “그런 마음을 생각하면서 탄핵이 아닌 이 나라에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모두가 제가 부족한 탓이다.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는 “우리 국민의힘은 12월 3일 밤 당 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제일 먼저 앞장서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불법 계엄을 막아냈다”며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켰고, 저는 그것이 진짜 보수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극단적 유튜버들 같은 극단주의자들에 동조하거나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당한다면 보수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그제 의총장에서 일부 의원들의 격양된 사퇴 요구를 받고 나올 때 젊은 기자 한 분에 제가 당 대표에서 쫓겨나는 이유가 된 탄핵 찬성에 후회하느냐고 물었다. 잠깐 많은 생각이, 많은 장면이 스쳐 갔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을 생각하면 참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며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과 주권자인 국민을 배신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된 직후 탄핵 찬성을 밝혔던 한 대표에게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랐다. 당 소속 의원들이 표결 직전 내린 당론은 ‘탄핵 반대’였고, 국민의힘에서 최소 12명의 이탈표가 발생하자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한 대표는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도 “저는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후 친한(친한동훈)계 장동혁·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당 지도부가 붕괴하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의 사퇴로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당을 이끌게 됐다. 비상대책위원장 임명권을 가진 권 원내대표는 당 비상 상황을 수습할 위원장 물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