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혼란에 해외 자금 유입 줄고
AI인재 유출 확산될 가능성 높아
관련법 표류로 패권 경쟁 밀려
한국 인공지능(AI) 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부터 AI 산업의 슈퍼사이클이 시작되는 가운데 저성장 기조에 정부의 컨트롤타워 기능마저 상실되면서 AI생태계 조성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16일 ICT(정보통신기술)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돌발상황에 AI 산업 생태계의 법적·제도적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국가 패권싸움에 시급했던 ‘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 제정은 뒷전으로 밀렸다. AI기술은 개별 기업 단위가 아닌 국가 차원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깊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우리 정부의 협상 대응력에도 우려가 크다. 미국은 이미 ‘국가AI안보각서’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인재확보 기준을 만드는 등 AI기술 무기화에 나서는 상황이다. 미국 빅테크들이 대규모 자본 공세로 막대한 투자와 규모의 경제를 펼치면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제도적 뒷 받침 마저 실종되면 우리 기업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은 AI법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AI 구축을 목표로 규제 체계를 정비 중이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데이터 및 기술 인프라 지원을 통해 AI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 경제 악순환에 있다. 글로벌 AI 시장의 시계는 빠르게 흘러가는 반면, 우리 AI 생태계는 경제 악순환에 가로막혀 있다는 것이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한국 AI 산업에 대해 “AI 기업이 서비스를 만들면 전통적인 산업에서 이를 적용해야 (AI 산업)생태계가 돌아가는데, 문제는 한국의 경제가 안 좋다는 점”이라면서 “경제가 어렵다 보니 여러 산업 분야에서 (서비스를) 살 사람은 없고, 한국의 정치 분위기로 펀드에 해외 자금도 잘 들어오지 않고, 주식시장도 좋지 않아 투자도 경색되면서 경제가 악순환의 고리를 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인재 양성 전망도 어둡다. 내년에 AI가 AI 검색, AI 에이전트 등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가운데 AI 기술 개발을 위해 자원과 인력에 대한 투자는 더욱 요구된다. 그러나 지금의 허약한 국내 경제 구조로는 이에 투자할 체력이 부족해 인재 양성은 물론 인재 유출까지 염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실제로 스탠퍼드대의 ‘AI 인덱스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인도와 이스라엘에 이어 AI 인재 유출이 세 번째로 많은 국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전문가들은 인재 확보를 위한 환경 조성을 가장 강조했다. 이미 글로벌 AI 2위인 중국은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일명 ‘레드머니’를 앞세워 자국의 인재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최소한 우리나라의 AI 인재들이 국내에서 연구, 개발할 환경이 되지 않아 해외로 떠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형남 숙명여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AI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 및 인재 육성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기업들이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