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복합쇼핑몰·테마파크 오프라인 채널 강화
신세계그룹은 단순히 남매 경영을 넘어 향후 계열 분리까지 공언한 상태다.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오빠 정용진 회장이, ㈜신세계(신세계)는 여동생 정유경 회장이 각각 독자경영 하기로 했다. 재계는 신세계의 남매 경영이 큰 잡음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이는 양사의 지분을 동일하게 보유한 어머니 이명희 총괄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여전하고, 향후 승계 구도에서 핵심 키맨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양날개로 한 신세계그룹의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우선 '정유경 회장' 체제로 본격 돌입한 신세계는 문화ㆍ콘텐츠 투자 확대를 통해 새로운 비전을 구상하고 있다. 신세계는 13일 콘텐츠 사업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영화투자 배급 및 제작사인 마인드마크에 100억 원을 출자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신세계가 260억 원을 출자해 설립한 100% 자회사로, 음악과 드라마 제작, 엔터테인먼트도 사업 목적에 있다. 신세계가 그동안 출자한 총액은 760억 원으로, 신세계가 향후 신사업으로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경 회장이 까사미아와 M&A(인수합병)를 통해 설립한 신세계까사와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뷰티·면세 사업도 최근 계열분리 속도전에 힘입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신세계까사의 3분기 누적 매출은 2022억 원으로 전년보다 18.8% 늘었다. 현 추세라면 역대 최대 매출을 낸 2022년 2681억 원에 근접할 전망이다. 신세계인터내날의 뷰티 사업도 정 회장의 애정이 깊지만, 수익성 확보가 더딘 편이다. 뷰티 사업 개선은 신세계면세점 부진과도 연결돼 있어 복안 마련이 시급할 전망이다.
오빠인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와 대형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채널 경쟁력 강화에 골몰하고 있다. 정 회장은 특히 최근 ‘스타필드 2.0’ 전략에 부쩍 힘을 싣고 있다. 스타필드 2.0은 가족 중심의 1세대 스타필드에서 한 차원 진화한 MZ세대 중심의 공간을 구현, 새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담은 전략이다. 정 회장은 올해 새해 첫 현장경영 행보로 스타필드 수원점도 찾았다. 당시 그는 “스타필드 수원은 ‘다섯 번째 스타필드’가 아닌 첫 번째 ‘스타필드 2.0’”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화성에 들어설 ‘스타베이 시티’로 명명한 화성국제테마파크도 정용진 회장이 명운을 걸고 추진 중인 야심작이다. 화성시 송산 그린시티 내 127만 평(약 420만㎡) 부지에 테마파크, 워터파크 등 36만 평(119만㎡)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스타필드, 골프장, 호텔, 리조트, 공동주택 등을 집약한 복합단지가 건립된다. 2029년 개장을 목표로, 10월에는 사업주체인 신세계화성과 경기도, 화성시, 파라마운트가 ‘화성국제테마파크 글로벌 IP사 유치 선포식’도 가졌다. 파라마운트 지식재산(IP)을 활용한 테마파크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유경 회장은 이번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총괄사장에서 회장으로 고속 승진하면서 신세계의 경영 능력을 입증받은 셈”이라며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을 올 3분기까지 실적으로 증명했고, 이제는 복합쇼핑몰과 새로운 테마파크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