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장녀 함연지, 남편과 시아버지도 보직 맡아
식품 오너가 3세 남매들이 본격적으로 승계를 위한 링에 오르고 있다. '장자 중심의 승계' 구도가 구습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아들 뿐만 아니라 딸에게도 경영의 묘를 발휘할 수 있는 차별화한 미션이 잇달아 부여되고 있다.
1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농심의 2024년 하반기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신 전무는 신춘호 농심 창업주의 손자이자 신동원 현 회장의 장남이다. 이번 인사에서 신 회장의 장녀이자 신 전무의 누나 신수정 음료마케팅팀담당 책임도 상품마케팅실 상무로 승진했다. 신 회장은 슬하에 신수정, 신수현, 신상열 등 1남 2녀를 두고 있다. 차녀 신수현 씨는 농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신 전무는 2019년 경영기획실 사원으로 입사 후 1년 만인 2020년 대리 승진을 시작으로 경영기획팀 부장, 구매담당 상무까지 사실상 매년 승진했다. 입사 후 불과 5년여 만에 전무에 오르고, 신 상무 역시 담당 책임에서 임원으로 직행하며 ‘초고속 승진’ 논란에 휩싸였다.
농심은 신 전무의 승진과 관련해 “회사의 성장 방향과 확장을 결정하는 중추적인 업무를 맡기자는 취지로 농심의 비전을 만드는 미래사업실 전무 승진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상무 승진에 대해서는 “주스 브랜드 ‘웰치’를 담당하면서 매출 성장을 이뤄내 승진 대상에 올랐다”며 “상품마케팅실에서 글로벌 식품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해 농심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그동안 재계에서도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기업으로 꼽혔으나, 최근 시가총액 등에서 삼양식품에 밀려나는 등 반격 카드가 절실하다. 이로 인해 아들은 물론 딸까지 임원으로 앉혀 기업의 새 전략을 모색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다만 현재로선 신 전무가 아버지 신동원 회장에 이어 승계 1순위다. 신 전무는 2021년 3월 할아버지 신춘호 회장이 별세한 후 남긴 농심 주식 35만주 중 20만주를 받아 농심 지분 3.29%를 갖고 있다. 지주사 농심홀딩스 지분도 6만5251주(1.41%) 보유 중이다.
보유한 주식만큼 신 전무의 어깨는 무겁다. 그가 주도하는 미래사업실은 올해 1월 신설된 조직으로 신사업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M&A), 신공장 설립 등 대규모 투자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갈수록 줄어드는 내수 시장을 타개할 활로를 찾기 위해 미래 먹거리 사업을 키우는 회사 내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신 상무가 있는 상품마케팅실도 농심 내 핵심 부서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마케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진라면'으로 유명한 오뚜기도 함영준 회장의 장남 함윤식 씨와 장녀 함연지 씨가 모두 보직을 맡고 있는 ‘가족 경영’ 기업이다. 함윤식 씨는 2021년 오뚜기에 사원으로 입사한 뒤 경영관리부문을 거쳐 현재 경영전략파트 차장으로 재직 중이다. 함연지 씨는 미국법인 오뚜기아메리카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다 5월부터 정식 사원으로 입사했다. 현재 오뚜기아메리카 소속 마케팅 매니저로 근무 중이다. 이들 모두 오뚜기에 근무하며 사실상 경영 수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1월엔 함 회장의 사돈이자 함연지 씨의 시아버지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이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도 신규 영입됐다. 함연지 씨의 남편 김재우 씨도 2018년 오뚜기에 입사해 현재 오뚜기아메리카에서 근무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양식품이 불닭으로 라면의 세계화에 앞장 서는 가운데, 농심과 오뚜기도 새로운 라면 또는 식품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내는 것이 당면 과제”라며 “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해 오너 3세인 남매들의 젊은 피 수혈이 빨라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