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가격이 15일(현지시간) 최고점을 수차례 경신했다. 이번 랠리는 지난주말 트럼프 당선인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기금(strategic reserve fund)으로 추진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잇따라 비트코인에 대한 우호적인 발언을 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국 동부 시간 이날 오후 7시 51분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4.38% 오른 10만5725달러(약 1억5146만 원)에 거래됐다. 한 때 10만6500달러대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이 가격대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번 상승의 원인은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 기간 ‘산타랠리’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및 ‘전략적 비축’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해석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10년간의 산타랠리 기간동안 총 8번 상승했다. 코인마켓캡 기준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은 크리스마스 1주일 전인 12월 18일 4만1348달러에서 크리스마스 당일 4만3010달러까지 올랐다. 특히 이번 주 17일에서 18일 양일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25bp(베이스포인트) 인하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만큼, 실제로 금리가 인하될 경우 산타랠리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시카고거래소(CME) 페드워치 기준 25bp 금리 인하 확률은 93.4%에 달한다.
한 달여 뒤인 다음달 20일(현지시간)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 역시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가 출범을 준비하며 미국의 친 가상자산 정책을 통한 산업육성 및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이 구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포함한 나라들이 크립토를 수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두에 서고 싶다”면서 석유 비축과 유사한 비트코인 비축을 계획 중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또 13일(현지시간)에는 대표적인 친 가상자산 인사인 신시아 루미스 미 상원의원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와 만나기도 했다. 루미스 의원은 자신의 X(구 트위터)를 통해 베센트 지명자와 만난 사실을 공개하면서 “베센트 지명자가 가상자산의 옹호자가 될 것이며,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 법안 통과에 중요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루미스 의원은 미국 정부가 5년간 비트코인 100만 개를 매입해 최소 20년간 보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 법안’을 제안했다.
장경필 쟁글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의 산업에 대한 비전이 점차 구체화함에 따라 비트코인의 가격이 우상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루미스와 베센트가 회담을 통해 전략적 비축에 대해 논한 것 외에도 트럼프 가문의 탈중앙화금융(DeFi)인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에서 이더리움(ETH), 아베(AAVE), 체인링크(LINK), 온도(ONDO)를 매입하는 등 비전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 자산 편입이 비트코인의 수요층을 국가 단위로 늘리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화 디스프레드 리서치팀장은 “(전략적 비축은)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국가 단위로 확장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규모 채택’ 측면에서 중요하다”면서 “특히 미국 이후 다른 국가들의 연쇄 반응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장 센터장 역시 “(미국의 전략적 비축은) 비트코인의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더 많은 국가와 기관들이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채택할 가능성을 열어준다”면서 “국가 차원의 비축은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금과 같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변화는 비트코인을 단순한 투자 자산을 넘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일부로 자리 잡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