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특별사면 제한도
“상위법인 헌법을 개정해야”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회에선 비상계엄의 선포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탄핵소추안 통과로 직무가 정지된 경우 급여 지급을 막거나, 내란죄의 경우 특별사면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등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법안도 다수 발의됐다.
1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금까지 국회엔 총 66건의 계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당 의원들의 법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여야 의원들은 비상계엄의 선포 요건을 강화하거나 국회의 계엄 해제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계엄법 개정안’을 다수 쏟아냈다.
군 정보장교 출신인 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계엄의 결정 과정에 국무회의 의결을 의무화하도록 한 계엄법 개정안을 12일 발의했다. 임오경·한민수·황정아 민주당 의원도 재적 국무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해 계엄 선포 요건을 강화했다.
현행 헌법과 계엄법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있을 때,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계엄을 선포하도록 돼 있다. ‘의결’이 아닌 ‘심의’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결정을 막기엔 현실적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를 보완한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부 의원 안에는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한 경우 즉시 효력이 발생하도록 한 내용도 포함됐다. 이달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가 약 2시간 30분 만에 계엄 해제를 의결했지만, 국무회의 심의 절차로 인해 최종 계엄 해제까진 4시간가량 걸린 바 있다. 이로 인해 국민 불안이 가중됐단 지적이 나오자 보완 입법에 나선 것이다.
이외에도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에 대해 48시간 내 국회 재적의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개정안도 발의됐다.
내란죄 혐의 핵심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듯한 법안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속속 발의되고 있다. 내란죄의 경우 대통령 사면이 불가능하도록 하거나, 직무정지 기간 동안 급여 지급을 막는 게 핵심이다.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내란·외환죄를 범한 자에 대해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사면법 개정안을 13일 발의했다. 곽 의원은 “현재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도 개정되는 규정을 적용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내용으로 같은 당 김승원 의원의 경우, 내란죄 등에 사면권을 행사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했다.
현행 사면법은 사면·감형 및 복권의 대상에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즉, 내란·외환죄를 저지른 이에게도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직무가 정지된 자는 그 기간 동안 보수 전액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켜 14일부터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직무 정지 후에도 세전 2124만원, 세후 1400만원 수준의 월급을 그대로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국회의 법 개정이 상위법인 ‘헌법’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본지에 “현재 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으로 규정이 돼 있다”며 “헌법상 국회가 해제 요구권만 가지는 구조에서 섣불리 (일반)법 개정을 통해 국회 동의권을 추가하면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는 위헌적 법률’이란 비판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헌법 개정 외에는 대통령의 계엄권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는 않아 보인다”고 봤다. 개헌안 발의는 일반 법안 발의와 비교해 절차가 까다롭다. 개헌안 발의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일반법은 10명의 공동발의자만 확보하면 된다.
그는 ‘사면권 제한’에 대해서도 “특별사면에 대한 ‘국회 동의’ 규정을 넣는 것 또한 헌법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사면 심사위원회 구성이나 사면 심사 회의록 공개 등의 방식으로 관여할 순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