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당선 당시보다 투자액 2배 늘려
‘사용금지 위기’ 틱톡 CEO도 트럼프와 면담
1기 시절 반목 빅테크, 관계 개선 적극적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이날 오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자택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해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다. 그의 손에는 ‘향후 4년간 1000억 달러(약 144조 원) 대미 투자 계획’이라는 선물 보따리가 들려있었다.
손 회장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위대한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다”면서 “그의 승리로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는 굉장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첫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6년 12월에도 트럼프를 직접 찾아가 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었는데, 이번에는 그 규모를 두 배 늘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손 회장은 지난달 대통령선거 이후 미국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어서 이러한 투자를 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미국 미래에 대한 자신감의 표시”라고 화답했다.
또 “CEO, 은행가 등 훌륭한 기업인들이 많이 오고 있다”면서 “1기 때는 모든 사람이 나와 싸웠지만, 이번에는 모든 사람이 내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강제 매각될 위기에 처한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추 쇼우즈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았다. 두 사람의 회동은 비공개로 진행돼 추 CEO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에서 틱톡 사용금지가 임박해 도움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 ‘틱톡 금지법’이 당장 내년 1월부터 발효된다. 회사는 법원에 해당 법의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일단 분위기는 우호적이다. 트럼프는 쇼우즈 CEO를 만나기 전 기자회견에서 “틱톡에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 “내가 젊은 층(유권자)에서 34%포인트(p) 차로 이겼는데, 틱톡이 이와 관련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 현지 언론은 트럼프 1기 시절 대놓고 트럼프를 비판해 관계가 껄끄러웠던 빅테크 CEO들이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설립자가 대표적이다. 2021년 1월 의회 난동 사태 이후 트럼프 계정을 차단하며 갈등을 빚었던 저커버그는 지난달 추수감사절을 맞아 트럼프를 찾아가 그의 취임식에 100만 달러 기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에 비판적인 워싱턴포스트(WP)를 소유한 베이조스도 일찌감치 100만 달러 기부 계획을 공개했으며 18일 트럼프를 만날 예정이다.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 공동설립자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도 12일 마러라고를 찾아 트럼프와 식사를 함께 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이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앙숙 관계인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13일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 달러 기부 의사를 밝힌 것은 물론 성명까지 내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인공지능(AI) 시대로 이끌 것”이라며 “미국이 앞서나가도록 하기 위한 그의 노력을 지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