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안심시키기엔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관세 부과 발언에 정치권 내홍…부총리 사임도
캐나다달러, 2020년 3월 이후 최저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국경 보안 강화를 위해 향후 6년간 13억 캐나다달러(약 1조3000억 원)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캐나다 정부는 매년 국경 보안에 22억 캐나다달러를 지출하고 있는데, 지출을 더 늘려 이민자와 불법 마약 유입 차단에 힘쓰겠다는 이야기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에 추가된 예산을 수색견이나 드론, 헬리콥터, 이동식 감시탑, 국경 보안 인력 확충에 쓸 계획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국경을 튼튼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면서 “이 자금이 펜타닐 생산과 돈세탁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가 이처럼 예산을 추가 편성한 배경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으름장’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말 “펜타닐과 불법 이민자 유입이 끝날 때까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도 내년 1월 20일 취임 첫날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캐나다는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아 실제로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나다 ‘퀘백 블록(Bloc Quebecois)’ 정당의 이브-프랑수아 블랑셰 대표는 “이번 발표 내용은 매우 빈약하다”면서 “트럼프 측이 안심할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내각 이인자인 프리랜드 부총리가 사퇴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재임을 노리는 트뤼도 총리의 입지는 더욱 흔들리게 됐다. 가뜩이나 트뤼도 총리는 이민자 증가에 따른 주택 문제와 물가 상승 여파로 지지율이 33%대(9월 기준)로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인 자유당 일각에서도 트뤼도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국 불안은 캐나다달러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달러 대비 캐나다달러 환율은 1.43캐나다달러 선으로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당시 도시 봉쇄로 경제가 타격을 입었던 2020년 3월 이후 최고치(캐나다달러 가치 최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