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우리은행 투자손실 등으로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징계위기에 놓인 가운데 과거 둘 사이의 관계가 새삼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보가 황영기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임기간이 끝난 시기에 우리은행 투자손실이 발생했는데 굳이 징계처분을 내리는 것은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지금까지의 내부 상황을 고려하면 황 회장은 박해춘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전 우리은행장)과 이종휘 행장(전 부행장)보다 높은 징계를 받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황 회장이 징계대상으로 여론의 집중을 받은 이유는 우리은행장 재임시절 재경부 산하기관으로 대주주인 예보와 시시각각 마찰을 빚었고 이러한 악연이 결국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 금융계 시각이다.
황 회장은 지난 2004년 예보의 간섭이 지나쳐 은행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고 심지어 예보와 맺은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했다가 ‘주의’ 처분을 받은바 있다.
그러나 그는 또 다시 예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같은 사안으로 우리은행에 성과급을 지급해 2006년 두 번째 주의조치를 당하고 성과급 7000만원 가량도 깎이는 수모를 당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자기 몸을 던져 최고경영자의 소신을 택한 것”이라고 자평했으나 시장에서는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황 회장과 예보는 수년 전부터 사사건건 마찰이 생겼고 이로 인해 대 예보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것”이라며 “강한 소신이 결국 지금까지 부담스러운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보 MOU체결 엇박자 결국 2년 만에 부메랑
황 회장과 예보 관계가 틀어진 이유는 바로 지난 2001년 체결한 MOU 체결 영향이 컸다.
당시 우리금융지주는 외환위기 때 직격탄을 맞아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예보는 도덕적 해이라는 여론의 비난을 막기 위해 분기 목표치 미달 시 경고와 주의 등의 조치 등 이행 점검을 하는 MOU를 2년마다 한번 체결키로 했다.
황 회장은 우리은행의 성장을 막는다며 이를 극구 반대했지만 결국 체결이 성사됐고 이때부터 예보와의 엇박자 경영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리은행 매각방안. 황 회장은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몸값을 올리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한 뒤 매각하자”는 주장했지만 예보는 “덩치가 커지면 매각이 어려워진다”고 이를 반대했다.
결국 이 때문에 우리금융지주는 외환은행, LG카드와 같은 먹잇감을 론스타와 신한금융지주에 양보해야 했다.
또 황 회장이 진두지휘한 주택담보대출 확대 전략도 정부 부동산 정책에 엇박자를 냈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았고 예보의 사전협의 없이 우리은행 전직원 정규직 전환을 시행했다.
결국 대주주와의 불편한 관계자 지속되면서 2007년 3월 황 회장은 우리은행장 재신임에 탈락했고 지난 9월 KB지주 회장으로 오기까지 한동안 조용한 행보를 유지했다.
하지만 약 2년이 지난 현재 MOU 체결은 징계논란이라는 부메랑으로 또 다시 황 회장에게 되돌아왔다.
황 회장은 2006년부터 2007년 우리은행이 상반기 미국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디폴트스와프(CDS) 15억8000만 달러를 투자했다가 지난 해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로 이중 90%에 달하는 1조6200억 원을 손실 처리 한 것.
이에 대해 황 회장 측은 당시 파생상품 투자의사 결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것은 물론 지난 2007년 초까지만 해도 CDO, CDS 등은 안전한 투자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예보는 “당시 있었던 책임자들 치고 책임이 없는 사람이 있겠느냐”면서 “책임자들은 모두 징계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와 징계의 경중은 최종적으로 예금보험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징계를 비공식적으로 확정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