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무궁화신탁은 매각을 위해 주관사로 삼정KPMG를 선정한 뒤 매수자를 찾고 있다. 무궁화신탁은 2003년 설립, 2009년 부동산신탁업을 인가받은 업계 7위(수탁액 기준) 업체다.
지분 매각 배경으로는 악화된 재무건전성이 지목된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무궁화신탁에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높은 수위인 ‘경영개선명령’을 부과했다. 3분기 무궁화신탁의 순손실은 165억 원으로 64억 원의 순이익을 냈던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적자 전환했다. 2024년 9월 말 기준 무궁화신탁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69%다. NCR이 100%보다 낮으면 제3자 인수 등을 추진해야 한다.
무궁화신탁 사태로 업계엔 긴장감이 드리웠다. 그동안 신탁사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경고등을 띄웠던 책임준공 관련 우발부채가 현실화돼서다. 책준형 토지신탁은 신용도가 낮은 시공사 대신 신탁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부담하면서 이를 담보로 시행 주체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공급하는 형태다. 건설사가 약속한 기한 안에 공사를 끝내지 못하면 신탁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2024년 1~9월 14개 부동산신탁사의 당기순손실은 2277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3765억 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자산 대비 이익 비율을 나타내는 총자산순이익률(ROA) 또한 -2.5%로 지난해 같은 기간(6.7%) 대비 실적이 크게 저하됐다.
책준형 관리신탁을 주된 수입원으로 삼는 업체를 중심으로 대손 비용과 신탁계정대가 늘고 있다. 신탁계정대는 책준형 관리신탁 사업장에서 시공사가 사업비를 조달할 능력이 없을 때 공사비로 활용하는 돈이다.
지난해 1~3분기 신탁사의 토지신탁수익은 전년 동기(6562억 원) 대비 23% 줄어든 5026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대손 비용은 1854억 원에서 8158억 원으로 340% 이상 급증했다. 9월 말 기준 14개 업체 신탁 계정대 합계는 6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 12월(4조9000억 원) 대비 36.7% 증가했다.
금융 지주 모회사를 두고 있는 일부 신탁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자본확충도 이어지고 있다. 2023년 12월 1조9000억 원이던 14개 신탁사의 차입조달 금액은 2024년 9월 3조2000억 원으로 뛰었다.
신탁사 보릿고개는 올해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책준형 관리신탁 시장이 얼어붙으며 신규수주 위축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김선주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신탁사의 도시정비 사업 수주가 꾸준한 상황이지만, 인허가 이후 본격적인 수익 인식 단계 도달까지 상당 기간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탁사 책임준공기한 도과 사업장을 둘러싼 소송 리스크도 상존한다. 책임준공 기한을 넘긴 사업장에서 손해배상금 산정을 두고 신탁사와 대주단 간의 법적 분쟁이 증가했다. 신탁사는 경과 기간에 따른 연체이자 금액 등이 실질적인 손해배상액이라고 주장하나, 대주단은 대출 원리금 및 연체이자 일체의 반환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신탁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6건으로, 액수가 드러나지 않은 1건을 제외한 5건의 소송금액은 2700억 원을 넘겼다. 권신애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일부 사업장의 대출 원리금 규모는 수백억 원대로, 평균 4000억 원 수준인 신탁사의 자기자본 규모 대비 과중하다”며 “법원이 대주단 손을 들어주는 경우 신탁사 재무구조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