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적 난민 정책에 반이슬람 박해받는다고 주장
2016년 이슬람 극단주의자 테러 이후 8년만
독일 동부 마그데부르크의 한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차량 돌진 테러로 9세 어린이와 성인 4명 등 5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용의자는 ‘반(反) 이슬람 극우주의’ 성향의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으로 독일의 포용적 난민 정책에 불만을 가지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21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용의자 탈레브 알 압둘모센은 전날 오후 7시쯤 검은색 BMW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고 크리스마스 마켓 인파 속으로 돌진했다. 긴급 차량 출입구로 들어온 차량은 약 3분간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를 뚫고 400m를 그대로 내달렸다. 이로 인해 5명이 사망, 2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고 41명 이상은 현재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그데부르크 검찰은 이날 탈레브가 현재 수사를 받고 있으며 적절한 시기에 살인과 살인미수 협의로 기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단독 범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탈레브는 범행 직후 현장 인근 트램 정류장에서 바로 체포됐다. 당국은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범행 경위와 동기를 조사 중이다.
용의자 탈레브는 마그데부르크에서 남쪽으로 약 40km 떨어진 소도시 베른부르크에 사는 정신과 의사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으로 2006년 독일에 정착, 2016년 난민으로 인정받고 영주권까지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무슬림으로 자랐으나, 이슬람에 불만을 품었다.
2019년 6월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인터뷰에서는 “이슬람에 반대하는 글을 인터넷에 썼다가 살해 협박을 받고 망명을 결심했다”며 “나는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이슬람 비판자”라고 말했다. 또 “도망한 여성을 데려오는 게 모든 남성의 의무인 나라는 사우디가 유일하다”며 사우디 당국으로부터 박해받는 여성들의 망명을 돕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번 범행 동기도 그의 반이슬람 성향에서 촉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과거 독일이 난민을 대거 받아들임으로써 유럽을 ‘이슬람화’할 뿐 아니라, 독일 내 반이슬람 사람들은 박해했다고 믿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는 SNS 엑스(X‧옛 트위터)에 소총 사진과 함께 “독일이 국내외에서 사우디 출신 망명자들을 사냥하며 삶을 파괴한다”, “독일이 유럽을 이슬람화한다”고 적었다. 또 자신이 독일 정부로부터 박해받는다며 난민을 대거 받아들인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마그데부르크 검사 호르스트 발터 노펜스도 이날 “독일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난민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불만을 가졌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 외무부는 사건 발생 직후 공격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CNN방송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용의자의 극단주의적 주장과 관련해 독일 정보당국에 경고하기도 했다. 2007년 그의 극단주의를 이유로 용의자에 대해 송환을 요청했으나, 당시 독일 당국은 안전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이후로도 4건의 공식 통보를 통한 경고가 있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오전 사건 현장을 찾아 “끔찍한 비극”이라며 “조사에 모든 자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상임의장도 조의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누구도 기쁨과 평화의 휴일 전 이런 사건을 견뎌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독일에서는 2016년에도 베를린 도심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트럭이 돌진해 13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다치기도 했다. 당시 용의자 아니스 암리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서방에 저강도 테러 공격을 감행하라는 요구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독일 당국은 테러 대비에 신경을 곤두세워왔으나, 8년 만에 참사가 반복됐다고 B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