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한파와 고금리가 겹치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집을 산 20·30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늘어난 이자를 감당 못 해 집을 정리한 이들은 늘고, 새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 매수를 하려는 이들은 줄었다. 정부의 전방위적 대출 규제가 시행되며 ‘내 집 마련’을 미루는 청년층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26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 집합건물 생애 최초 매수자는 전월(5167명) 대비 26% 줄어든 3804명을 기록했다. 7월(4979명)부터 4000명 선을 넘긴 이후 8월(5037명) 이후 3개월 연속 5000명대를 이어간 것과 상반된다.
이는 20·30대 매수자 감소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생애 처음 부동산을 구입한 20대와 30대는 각각 445명과 1873명으로 한 달 사이 22.3%, 27.0% 급감했다. 20대 매수자 수가 전월 대비 줄어든 것은 올 3월 이후 8개월, 30대 매수자 수 감소는 7개월 만이다.
가지고 있던 집을 처분한 청년층도 늘었다. 통계청의 ‘2023년 생애 단계별 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15~39세) 중 주택 소유자 비중은 11.5%로, 전년(11.8%) 대비 소폭 줄었다. 청년층이 가구주인 가구 기준으로 봐도 내림세다. 2022년 27.9%였던 청년층 가구 가운데 주택을 소유한 가구 비중은 지난해 26.8%로 하락했다.
부동산을 정리하자 20·30대의 자산도 줄어든 모습이다. 통계청이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한 결과 올해 3월 말 기준 39세 이하 가구주를 둔 가구의 평균 순 자산은 2억2158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1520만 원) 감소했다.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구 순 자산이 줄어든 것은 39세 이하뿐이다.
감소 자산별 세부항목에서도 부동산 자산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1억8001만 원이던 39세 이하의 부동산 자산은 올해 1억6135억 원으로 10.4%(1866만 원) 줄었다. 반면 40대와 50대의 감소 폭은 각각 871만 원과 60만 원이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집값이 계속 내려가는 상황에서 고금리를 버티기 어려워지자 집을 포기하고 빚부터 갚은 청년층도 늘었다. 올해 청년층 평균 부채는 9425만 원으로, 지난해(9937만 원)보다 5.2%(512만 원) 적었다. 이는 전체 연령대 중 가장 큰 낙폭이다.
올해 부동산 경매시장이 붐볐던 것도 이 같은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1~11월(누적) 전국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 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5만18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5149건) 대비 48% 증가했다.
2020~2021년 집값 호황기 다수의 청년층은 영끌 대출을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섰다. 당시 기준금리가 비교적 낮았던 데다 주택 가격도 오르며 ‘지금 안 사면 기회가 없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2022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금리는 대출 원리금 상환을 어렵게 만들었다. 동시에 집값이 하락하며 매도를 통한 ‘본전찾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
내년에도 20·30대의 영끌 매수는 줄어들 전망이다. 올 하반기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시행되며 대출 한도가 줄어든 데다 내년에는 금융당국이 3단계 시행을 고려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가계대출 총량 조절을 목표로 연간 단위로 관리하던 은행별 대출 한도를 월별·분기별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내 집 마련을 고려하는 청년층이라면 향후 집값이 내려가거나 대출 금리가 올라도 몇 년 간 이를 뒷받침할 여력과 여유가 있는지를 고려하고 신중히 매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무리한 주택 매수의 배경에는 평생 자가를 마련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이 있기에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임상빈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금리와 정책에 따라 주택 가격은 시장 변화에 맞는 재평가 과정을 통한 가격 조정이 이뤄질 수 있기에, 20·30대가 시장변화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