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 부는 한파가 매섭다. 부동산 시장 위축에도 '알짜 투자처'로 각광받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도 응찰자가 없어 유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냉각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26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강남3구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1건으로, 이중 매각 건수 15건으로 집계됐다. 낙찰률은 48.4%다.
낙찰가율은 94.6%로, 직전 11월(102.4%)과 비교해 7.8%포인트(p) 하락했다. 평균 응찰자수도 8월 8.74명에서 12월 6.13명으로 줄었다.
이러한 하락세는 서울 전역에서 감지된다. 이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1.9%로 10월(97.0%), 11월(94.9%) 이후 2개월 연속 하락세다.
실제 강남 재건축 단지와 신축 물건은 줄줄이 유찰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119㎡는 이달 16일 응찰자가 나오지 않아 유찰됐다. 실거래가 대비 높게 책정된 감정가(34억7000만 원)로 인해 외면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잠실엘스 동일 평형은 올해 11월 33억4000만 원에 매매 됐다.
시세 보다 낮은 감정가를 책정한 물건도 유찰됐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전용 120㎡는 이달 5일 시세 보다 낮은 감정가 38억9000만 원에도 유찰됐다. 이 단지 동일 평형은 최근 감정가 대비 1억8300만 원 높은 40억7300만 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해당 물건은 2025년 1월 감정가 대비 20% 내린 31억1200만 원에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소유주가 빚을 해결하지 못해 재건축 아파트를 경매에 내놓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 현대4차 전용 117㎡ 1가구는 이달 감정가 47억5000만 원으로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었다. 집주인이 약 70억 원에 달하는 빚을 해결하지 못해서다. 다만 채무자가 법원에 회생 또는 파산 신청을 하면서 경매 절차가 정지된 상태다.
전문가는 올해 9월부터 시작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와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 등으로 경매 등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3개월 새 급락하는 등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보이면서 투자 심리가 냉각되고, 반등 기대 심리마저 꺾이다 보니 낙찰가율이 하락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p) 급락했다. 이는 코로나19 때인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폭 하락이다.
박 위원은 "경매가 부동산 선행지수라는 인식이 있지만, 최근 시장 상황에선 매수 심리를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동행지수로 바라보는 것이 맞다"며 "결국 경제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금융시장도 안정이 돼야 한다. 지금은 환율 등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언제 해소될지는 난망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