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과 당뇨병, 콩팥질환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심혈관 질환 중 하나가 ‘심방세동’이다. 부정맥의 하나인 심방세동은 피가 보이는 방인 ‘심방’이 빠르게 부르르 떨리는 질환이다. 서울대병원 의학정보에서는 심방이 무질서하게 매우 빠르고 미세하게(세동) 또는 그보다는 덜 빠르면서 규칙성이 있게(조동) 떨리면서 불규칙한 맥박을 형성하는 부정맥 질환을 ‘심방세동 및 심방조동’이라고 정의한다.
주요 증상으로는 두근거림, 어지러움, 실신, 흉통, 호흡곤란 등이 있으며, 뇌졸중(중풍) 발생 위험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관리가 필수다. 심방세동은 고혈압, 당뇨, 신부전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발병률이 높아지며, 체중 조절, 금주 등 생활습관 개선과 기저질환 관리를 통해 예방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점이다.
27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심방세동 유병률은 2013년 1.1%에서 2022년 2.2%로 증가했는데, 이는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 심방세동 및 조동 환자수는 최근 5년간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소분류(3단 상병) 통계를 보면 ‘심방세동 및 조동’(I48)의 국내 진료인원(입원·외래) 2019년 21만8099명에서 2021년 24만5464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8만1639명으로 5년간 6만3540명이 증가했다.
특히 심방세동 및 조동 진료인원은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연령별로 가장 많은 진료인원은 60~69세로 전체의 34.6%였고, 이어 70~79세 구간 연령대가 24.0%였다. 이어 50~59세 연령층이 18.6%, 80세 이상이 13.5%를 차지했다. 즉 지난해 전체 심방세동 및 조동 진료인원 10명 중 9명은 50세 이상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인 심방세동 증상은 가슴 두근거림(심계항진), 숨이 차는 호흡곤란, 어지럼증, 피로감, 가슴의 불편감 등이다.
이대인 고려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이 중에서도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거나 불규칙적으로 박동하는 느낌은 환자가 가장 흔히 경험하는 증상이다. 그러나 증상은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일부 환자들은 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면서 “60세 이상 고령자나 고혈압, 당뇨 등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의 경우, 심전도를 매년 한 번씩 촬영하면 심방세동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심방세동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질환으로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꼽힌다. 대한부정맥학회가 발간한 ‘한국 심방세동 팩트시트’를 보면 2022년 국내 심방세동 환자의 주요 동반질환은 △고혈압 80.5% △당뇨 31.5% △심부전 27.6% 등이었다. 이는 기저질환과 심방세동 간의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심방세동 증상을 무시하거나 단순한 피로 혹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가볍게 여기는 것은 금물이다. 자칫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어서다.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다가 뇌졸중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구 있다.
이대인 교수는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며, 작은 증상이라도 반복되거나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든다면 즉시 전문 의료진의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심방세동 치료는 약물 치료와 시술, 수술 등으로 구분된다. 약물 치료는 빠른 맥박수를 조절하는 ‘맥박수 조절’이나 정상 리듬으로 복원하는 ‘리듬 조절’을 통해 심박을 안정화하고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심방세동의 유병기간이 짧을수록 리듬 조절을 통한 맥박의 정상화 등 조기 치료의 성공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물치료로 호전이 되지 않을 경우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한다. 고주파나 냉동 에너지를 이용해 비정상 전기 신호를 차단해 심박을 정상화한다.
이대인 교수는 “젊은 환자, 약물 치료 실패 환자, 심방세동으로 삶의 질이 저하된 환자에서 효과를 보인다”며 “심방세동 치료는 환자의 연령, 건강 상태, 심혈관계 질환 여부 등 개인별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심방세동이 의심된다면, 전문 의료진과 상의하여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방세동 발생을 높이는 위험 요인 중 하나가 음주다. 의학계는 하루 한 잔의 음주만으로도 심방세동 위험이 16% 증가하며, 만성적인 음주는 심방 리모델링과 같은 심장 구조적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연말연시 쌀쌀한 겨울철에 술을 마시는 경우 더욱 주의해야 한다. 낮은 온도는 교감신경계의 활성화를 통해 혈압을 상승시키고 심장에 추가적인 부담을 준다. 의학계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10℃ 하강할 때마다 심방세동 발병률이 20% 증가하고, 낮은 온도는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혈압을 높이고, 혈관을 수축시키며 심장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심방세동 예방을 위해 생활습관 개선과 철저한 기저질환 관리가 필수다.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은 심혈관 건강을 증진하며, 음주와 흡연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대인 교수는 “고혈압, 당뇨, 비만 같은 기저질환은 심방세동 위험을 높이므로 정기적인 혈압 및 혈당 체크, 체중 관리, 전문의 상담 등을 통해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가족력이나 심혈관 질환 위험요인을 가진 경우, 정기적인 검진으로 조기 징후를 발견하고 적절한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