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스ㆍ금리하락ㆍ고환율에 건전성 강화 발등의 불
올해들어 보험사가 발행한 채권이 8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도입된 새 지급여력(K-ICS) 제도에 대한 부담과 최근 기준금리 인하 및 고환율 등 외부적인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업체들의 부담 경감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등 제도 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보험사가 올해 발행한 채권(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규모는 7조755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45.9% 급증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2020년 9680억 원이었던 채권 발행 규모는 △2021년 2조8685억 원 △2022년 4조550억 원으로 전년대비 약 두 배씩 뛰었다가 지난해 3조1540억 원으로 줄어든 바 있다.
올해 가장 많은 규모를 발행한 곳은 한화생명이다. 3차례에 걸쳐 총 1조9000억 원의 채권을 찍었다. 이어 △교보생명 1조3000억 원 △현대해상 9000억 원 △메리츠화재 8000억 원 순이었다.
금리는 평균 5.640% 수준으로, 보험사들은 올해 발행한 채권에 대해 이자로만 연간 약 3877억 원(표면금리 기준)을 감당해야 한다. 하나손해보험은 10.655%로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큰 이자 부담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이 채권 발행에 사활을 건 것은 자산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바뀐 K-ICS 제도와 함께 금리 하락, 고환율까지 ‘3중고’를 겪고 있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K-ICS 제도는 이전 방식과 달리 자산뿐만 아니라 부채까지 시가평가 돼 금리의 변동에 영향을 받는다. 금리가 떨어지면 부채의 가치가 더 커져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산을 더욱 늘려야 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위험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한은은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보고서를 통해 “물가 상승률 안정세를 이어가고 성장의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동시에 금융 안정 리스크에도 유의하면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급등한 환율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27일 오전 11시 33분 기준 장중 1486.70원을 기록했다. 금융위기 때였던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발의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행보에 따른 강(强)달러 현상까지 엮이며 환율이 솟구친 것이다.
한은은 “환율 상승이 비(非) 헤지(위험분산)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을 늘려 가용자본을 일부 늘릴 수는 있지만, 대부분 외화자산의 위험이 분산된 상태인 만큼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보험사들의 환 헤지 비용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최근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을 감안해 보험사의 세칙 개정을 통해 전체에 대해서 부과하던 증권시장 안정펀드 미사용금액의 위험액을 절반만 부과하기로 했다. K-ICS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마련된 경과조치를 통해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오늘내일하는 단기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긴 호흡을 가지고 가는 산업이다 보니 당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치적 흐름이나 국내 경제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자본 확충을 위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