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10%대 추가 상승 가능성
국제금값이 올 한해 다양한 요인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내년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가 대형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씨티그룹은 내년 금값 목표 가격을 온스당 3000달러(약 442만8000원)로 제시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은 올해 10월 말 온스당 2800달러 선까지 올랐으나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조정을 받았다.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올해 들어 27일까지 약 27% 올라 뉴욕증시 벤치마크인 S&P500지수의 올해 상승률인 25%를 넘어섰다. WSJ는 “올해 금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둔 투자처는 거의 없다”면서 “올해 금값 상승률이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금값이 10%대 추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에 기준금리를 얼마나 인하할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으나 금리 인하 자체가 금 투자 수요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이어진다는 점도 안전자산인 금 투자 수요를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내년에는 중동과 우크라이나의 전쟁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전쟁 예고 등이 국가 간 갈등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보편관세가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금 투자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JP모건의 나타냐 카네바 글로벌원자재전략 수석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트럼프 차기 행정부 출범 초기 거시경제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을 지목하며 “금은 여전히 헤지(위험회피) 자산으로서 좋은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 비(非) 서방국가들이 탈(脫) 달러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금값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를 받게 되자 미국 달러화 기반 자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금을 비축하고 있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의 공식 금 보유량은 2008년 이후 3배 넘게 급증하며, 국제 금 시장에서 강력한 수요처가 되고 있다.
세계금위원회(WGC)가 올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을 상대로 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29%의 중앙은행이 향후 12개월간 금 보유량을 늘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WGC가 2018년 관련 설문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편 은이나 플래티넘 등 다른 귀금속과 비교해 금에 대한 산업적 수요가 거의 없는 점도 금 투자에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레그 쉬러 JP모건 전략가는 “금은 다른 원자재들과 달리 산업 측면의 부담을 지니고 있지 않으므로 무역갈등 충격으로 가격이 내려갈 위험이 적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