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트인 은행들…새해부터 대출 빗장 푼다
지난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에 나섰던 은행들이 해가 바뀌며 대출 문턱을 낮출 예정이다. 한때 한 달 10조 원에 육박했던 증가 폭이 최근 3개월 연속 1조 원대에 머무는 등 증가세가 주춤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한 해 동안 불어난 가계대출 규모는 42조 원가량으로 전년 말보다 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4조3995억 원을 기록했다. 전달 말(733조3387억 원)보다 1조608억 원 늘었다. 전년 말(692조4094억 원)과 비교해서는 41조9901억 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월간 가계대출 증가 폭은 지난해 8월 역대 최대 수준인 9조6259억 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당시 집값 상승 기대에 주택 매매가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다.
9월에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작되고 은행권의 금리 인상과 취급 제한 등 가계대출 총량 관리도 더해지면서 5조6029억 원으로 줄었다. 이후 수도권 등 주택 거래 급증세까지 꺾이면서 10월(1조1141억 원)과 11월(1조2575억 원), 12월까지 석 달 연속 1조 원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이 주도했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578조4448억 원으로, 전년 말(529조8922억 원)보다 48조5526억 원 늘었다.
다만 11월 말(576조9937억 원)보다는 1조4511억 원 확대되는 데 그쳤다. 8월(8조9115억 원), 9월(5조9148억 원)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축소됐다.
신용대출 잔액은 11월 말 104조893억 원에서 12월 30일 103조9007억 원으로 1886억 원 감소했다.
31일 수치가 포함돼있지 않긴 하지만, 신용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은 7월(-1713억 원) 이후 5개월 만이다. 2023년 말(106조4851억 원) 대비로는 2조5844억 원 줄었다.
은행들은 지난해 7∼8월 이후 금리 인상, 한도 축소 등으로 높여왔던 가계대출 문턱을 새해부터 낮추겠다고 밝혔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신규 주담대의 모기지보험(MCI·MCG) 적용을 재개한다. 모기지보험은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출 한도가 축소되는 것과 같다. 반대로 보험 적용이 다시 이뤄지면 서울 지역의 경우 5000만 원 이상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1억 원으로 묶여있던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도 확대된다. 신한·우리은행은 한도를 2억 원으로 늘리고, 국민은행은 한도를 없애기로 했다.
다만 유주택자의 주택구입목적 주담대는 여전히 하나은행만 내주고 있다. 국민·신한은행은 전 지역에서, 우리·농협은행은 수도권 주담대가 막혀있다.
전세대출 규제도 완화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1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전세대출 취급을 제한해왔던 규제를 풀기로 했다.
신규 분양 주택에 대한 전세대출도 올해부터는 하나은행뿐 아니라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에서도 받을 수 있다.
비대면 채널을 통한 대출 제한 역시 대부분 풀린다. 비대면 대출을 막았던 신한·하나·농협은행이 연말 연초 비대면 대출을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전세대출을 재개했으나 비대면 신용대출 판매 중단은 연장했다.
은행들은 통상 연초에 가계대출과 관련해서 여유로운 편이다. 금융당국에 제출하는 연간 목표치가 새로 설정돼서 대출 총량 관리 부담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특정 기간 가계대출이 편중되지 않도록 올해에도 관리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