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부양책에 韓 포함 아시아 포트폴리오 재조정 가능성
고환율·저성장에 통화·재정 정책 확대될까…일시적 수급 유입
국내 증시를 떠난 외국인 투자자를 올해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라는 지적이 나온다. 호실적을 견인하는 대기업이 사라진 상태에서 국내 증시 투자를 유도하려면 국정 공백부터 종지부를 찍어 예측 가능성을 더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2조7463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023년(12조6992억 원)에서 약 78% 감소한 규모다. 외국인은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따른 기대감을 드러내며 지난해 상반기에만 23조282억 원어치를 쓸어 담고 상승세를 주도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서는 20억2818억 원어치를 쏟아냈다. 지난해 8월, 9월 두 차례에 걸친 ‘블랙데이’에 이어 10월 이후 밸류업지수 가동과 리밸런싱, 12월 계엄 사태까지 일련의 사건들이 외국인 투자 열기를 잦아들게 했다.
증권가는 외국인을 ‘국장’에 불러들이기 위한 여러 조건 중에서도 최우선 선결 조건으로 정치적 교착 상태 해소를 꼽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정국 불안이 이번 계엄, 탄핵 사태로 재차 확인된 만큼 하루빨리 국가 컨트롤타워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특히 국내 기업 이익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불거지며 외국인으로서는 국내 증시에 투자 유인을 가질 이유가 사라졌다고 시장은 본다. 반대로 정치적 교착 상태가 완화하고 실적을 견인하는 주도주 또는 업종이 나오는 시점이 빨라질수록 외국인 귀환에도 속도가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는 외국인을 돌아오게 할 단기적이면서도 근본적인 과제”라며 “조선, 바이오처럼 연말연시 이익과 전망치 모두가 좋은 일부 산업도 존재하지만, 삼성전자와 같이 시장 흐름에 영향을 줄 대형주의 실적 개선이 없다면 대세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 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내용에 따라 외국인이 국내 증시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 당국이 양회에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할 경우, 외국인이 아시아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함께 한국을 끼워 넣을 수 있다는 평가다.
또 지난해 미국 증시가 독보적 상승세를 나타내며 ‘밸류에이션 고점’ 우려가 나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미국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로의 자산 배분 필요성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외국인에게 한국은 중국과 같이 묶여 포트폴리오에 들어가는 투자처”라며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만큼 중국 경기가 살아나면 한국 기업 수출이나 경제도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그 배경”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의 통화·재정 정책 확대 여부도 변수다.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띠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 무역주의 강화가 예상되는 국면에서 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국제통화기금(IMF) 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 △한국은행 1.9% 등으로 먹구름이 껴있다.
경기 방어와 원활한 수출을 모두 잡기 위해 재정을 풀고 기준금리를 내리는 조치를 단행할 여지가 생긴다는 의미다. 이런 처방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증시도 단기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외국인 수급을 늘릴 기회가 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5일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보고서에서 “물가 상승률 안정세를 이어가고 성장의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동시에 금융 안정 리스크에도 유의하며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춘다고 해도 한은으로서는 경기 부진과 원화 약세를 함께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경기가 악화하고 있는 데다 한국 수출과 내수 모두 전망이 좋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