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새해 첫날부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줄하향했다. 증권사 대부분이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7만 원 이상으로 잡고 있지만, ‘7만전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현재 주가에서 31% 상승해야 한다. 그러나 실적 부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진입 지연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2일 대신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8만5000원에서 7만8000원으로 8% 하향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8만3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7% 낮췄다. 이날 삼성전자는 0.38% 상승한 5만3400원에 새해 첫 거래일을 마쳤다.
실적 부진이 걸림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4조5000억 원, 영업이익 7조3000억 원으로 시장 전망치(매출액 77조8721억 원, 영업이익 8조9732억 원)를 4%, 18%씩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4분기 매출액(73조6000억 원)과 영업이익(7조7000억 원) 전망을 기존 추정치 대비 각각 1%, 13% 하향조정했다.
작년 4분기는 모바일, PC 고객사를 중심으로 다지 재고 조정이 시작돼 컨벤셔널(범용) 메모리 수요가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파운드리 역시 가동률 회복 지연과 일회성 비용 발생으로 적자를 지속할 전망이다. 여기에 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 북미 고객사향 경쟁 심화로 인한 디스플레이 수익성 악화도 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실적 회복 우려도 여전하다. IT 하드웨어 세트 수요는 전년 대비 한 자릿수 초중반 %의 미약한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울러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잉에 따른 평균판매가격(ASP) 하락 위험은 HBM과 같은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보다 범용 메모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삼성전자에 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작년 4분기 삼성전자의 HBM은 엔비디아 외 고객 판매로 전 분기 대비 판매수량이 7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여전히 엔비디아향 진입 시점이 지연되며 주가 할인 요인이 되고 있다.
다만, 인공지능(AI)과 HBM 중심의 업사이클에서 소외된 것이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주 요인임을 고려할 때, 하반기 이후 엔비디아향 진입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이 같은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4분기 부진한 실적 탓에 단기적으로 주가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 있으나 전 저점 부근에서 바닥을 지지할 수 있다.
신석환·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 시점이 올해 하반기로 지연될 것”이라며 “올해 매출액 306조 원, 영업이익 35조 원으로 지난해 대비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김영건·김제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하향 조정한 실적과 보수적 밸류에이션을 적용해도 약 58%의 주가 상승 여력이 추산되는 만큼 ‘매수’ 관점 접근이 유효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