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로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활동하는 중소·중견 건설사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지방의 상황이 더욱 심각할 뿐 아니라 불황을 버텨낼 여력이 대형사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2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를 낸 건설업체는 30곳으로 2023년보다 42.9% 증가했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12곳, 14곳이었던 부도업체는 건설 경기가 악화하면서 2023년 21곳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더 많아진 것이다.
작년에 부도가 난 건설업체를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 5곳, 지방 25곳이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부도 처리된 곳의 83%가 지방에 있는 것이다. 2023년 지방 업체 비중은 66.7%였다.
지방의 심각한 주택시장 상황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부 주택통계를 보면 작년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 6만5146가구 가운데 77.8%인 5만652가구는 지방에 있다. 2023년 말과 비교해 미분양 주택이 2000가구가량 줄고 비중도 5%포인트(p) 이상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8690가구에서 1만4802가구로 70% 넘게 증가했다.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9.4%다.
집을 짓고 제때 팔지 못하면 자금 회수가 어렵고 그에 따라 경영난을 겪으면서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기존 주택 시장도 썰렁하다. 지난해 11월 지방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앞선 5년간 평균과 비교해 33.8% 적은 2만7337건을 기록했다. 1~11월 누적 기준으로는 앞선 5년보다 22.1% 축소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소·중견업체들은 가뜩이나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사실상 대출이 막히다시피 하면서 최악으로 가고 있다"며 "그나마 수도권은 수요가 어느 정도 있지만 지방은 막막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출을 풀어 주택시장을 살리는 한편 미분양을 해소할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지방의 중소·중견업체들이 무더기로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구체적으로 대출중단을 초래하는 대출 총량제 즉시 폐지, 미분양 주택 취득자에 대한 취득세·양도세 감면, 오피스텔 주택 수 산정 제외 등을 요청했다. 미분양 적체가 심각한 지방 주택업체에 대한 원활한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도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도심지 등 주요 지역과 아파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다양한 집이 원활하게 공급돼야 한다는 점에서 중소·중견업체의 역할이 있다"며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한 상황이란 점을 고려해 지방 중소·중견업체에 초점을 맞춘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