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최저 수치는 1.3%까지 낮아졌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상황이 악화하면서 정부 전망치(1.8%)를 훨씬 밑도는 ‘저성장 한파’가 몰아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 중후반대에서 1% 초중반까지 낮췄다. 내수 경기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고 수출 피크아웃(정점 도달 후 둔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또한,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시작된 정치적 혼란이 경제 위기로까지 옮겨붙고 있다는 판단도 깔렸다.
JP모건은 한국 경제 성장률을 종전(1.7%)보다 0.4%포인트(p) 내린 1.3%로 전망했다. 글로벌 IB 전망치 중에 가장 낮다. 투자은행 씨티는 비상계엄 직후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1.5%로 11월 말 전망(1.6%)보다 0.1%p 내렸다. ING은행은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뉴욕증권거래소 리서치 전문 기업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1.5%를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증대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 내수부진 장기화 등을 전망 하향 조정의 이유로 꼽았다. JP모건은 “수출이 견조하나 정치·정책 불확실성으로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가 급락하는 등 내수부문이 취약한 상황”이라며 “당분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ING은행은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표도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이라며 “연말 항공기 참사도 가세해 부진한 경제 심리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봤다.
한편 정부는 최근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했다. 지난해 7월 내놓은 전망치(2.2%)보다 0.4%p 하향 조정했지만,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전망치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번 경제 전망은) 계엄이나 탄핵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관리된다는 전제에서 전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할 경우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 국제통화기금(IMF·2.0%), 한국개발연구원(KDI·2.0%), 한국금융연구원(2.0%), 한국은행(1.9%) 등의 전망치는 정부보다 소폭 높다. 그러나 이는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