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 시간 평균 132분…전년비 13분↑
2시간 30분 이상 대작, 약 4분의 1 차지
숏폼이 대세인 최근 추세와 달리 영화계는 오히려 상영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글로벌 흥행 수입 30위권 영화의 평균 상영 시간은 132분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13분 길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또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존 윅 4 등 2시간 30분 이상의 대작 영화가 전체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그간 영화 상영 시간은 2시간 안팎이 일반적이었다. 영화관에서 최대한 상영 횟수를 늘려야 수익이 늘기 때문에 제작자들이 하루 4~5회 상영이 가능하도록 2시간 전후로 영화를 편집할 것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이 확산하면서 영화 길이에 대한 제약이 약화했다는 분석이다.
넷플릭스는 극장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가 아닐 뿐 아니라 감독들에게 훨씬 더 자유로운 제작 환경을 제공한다. 풍부한 자금력도 보유했다. 이에 인기 감독들이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것을 제작자들이 두려워하면서 상영 길이를 문제 삼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작가 하야미즈 겐로는 할리우드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2019년 선보이고, 넷플릭스가 투자한 ‘아이리시맨’(3시간 29분)을 장시간 영화의 시발점으로 꼽았다. 하야미즈 작가는 “영화의 상영 시간은 극장에서의 상영 횟수나 TV 방송 시간, 녹화 매체의 규격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좌우되어 왔다”면서 “그러나 스트리밍 플랫폼이 그러한 제약에서 제작자들을 해방시켰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상영시간 장기화는 일본 미디어 업계에서 Z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타이파’ 현상과는 대비된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타이파란 시간 대비 성과, 이른바 ‘시성비(時性比)’를 뜻하는 신조어다. 단시간에 높은 효과나 만족도를 얻을 수 있는 것을 ‘타이파가 좋다(또는 높다)’고 흔히 표현한다.
실제 일본 시장조사업체 크로스마케팅에 따르면 지난해 영상 콘텐츠를 배속으로 시청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2021년의 34%에서 2024년에는 47%로 증가했다.
닛케이는 “시간을 아껴 쓰려는 타이파 트렌드에 반하는 듯 보이지만 사람들의 시간 감각이 단순히 하나의 방향으로만 정의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의 저자 이나다 도요시 작가는 “지루하다고 느껴지는 영화나 드라마는 배속으로 보더라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작품은 온종일 걸려서라도 원속도로 몰아본다”면서 “좋아하는 배우나 캐릭터가 나오는 것을 알게 되면, 오히려 장시간 몰입할 수 있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