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에 이어 대통령·국무총리 줄탄핵으로 상황 악화
신용등급 한 번 떨어지면 원상 복구까지 오랜 시간 걸려
비상계엄사태로 시작된 탄핵 정국이 새해에도 계속되면서 대외 신인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통상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1~2년에 한 번씩 국가신용등급을 발표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신용등급은 한 번 하락하면 원상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정부의 위기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탄핵 정국으로 인한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말 시작된 정치적 불안이 경제적 불확실성을 계속해서 증폭시킬 경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하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현재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무디스·피치·S&P)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안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무디스는 2015년 12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3(안정적)'에서 'Aa2(안정적)'로 상향 조정한 이후 10년째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피치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안정적' 수준으로,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AA'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여전히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한 바 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달 13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정치 상황과 정부의 대응 방향을 설명했다. 이날 면담에서 S&P 측은 "최근 사태에도 국가 시스템이 잘 작동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무디스 측 역시 "한국경제 하방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없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한국의 견고한 법치주의가 높은 국가신용등급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비상계엄조치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됐을 때만 해도 국가신용등급 하락 등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탄핵당하자 환율이 급등하는 등 경제 불안감을 고조되고 있다.
현재의 불안한 경제 상황이 계속될 경우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져 내수와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 결정을 미루게 되고, 소비 심리 역시 위축돼 내수 침체 장기화 국면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더 우려스러운 건 한번 하락한 국가신용등급을 원상 복구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자 S&P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계속 하향 조정해 B+까지 낮춘 바 있다. 이후 2001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계를 졸업하고 외환위기 이전 수준(AA-)까지 회복하는 데까지는 14년이 넘게 걸렸다. 현재 단계인 'AA'는 2016년에 올라왔다.
통상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1~2년에 한 번씩 국가신용등급을 발표한다. 피치와 S&P는 각각 지난해 3월과 4월에 국가신용등급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가 정치적 불안이 경제적 불확실성과 대외 신인도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근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한 프랑스를 예시로 들며 "정례적인 국가 신용등급 재평가 기간이 아니더라도 이벤트가 있을 때 국제 시각은 냉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최 권한대행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등과 함께 매주 1~2회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를 개최하는 경제·금융 수장(F4·Finance 4)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