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결정해달라" 자금 묶인 투자자 '발동동'
이달 연구용역 결과 토대로 제도 개선 시작할 듯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된 상장사가 90개사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주식거래가 평균 500일 넘게 멈춰있으면서 자금이 묶인 개미투자자들의 원성도 커지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에서 스펙·상장지수펀드를 제외한 92개 기업이 상장폐지 사유로 인해 주식 거래가 멈춘 상태다. 코스피에서는 18개사, 코스닥에서는 74개사의 거래가 정지됐다.
이들의 평균 거래정지 기간은 507일이다. 1년 이상 거래가 정지된 기업은 45개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거래정지 기간이 1000일이 넘은 기업도 15개사에 달한다. 이중 가장 거래가 오래 정지된 곳은 이큐셀로, 2020년 3월 20일 이후 5년 가까이 멈춰있다. 청호ICT(2020년 9월 29일), 카프로(2021년 1월 26일)도 4년이 넘도록 자금이 묶여있다.
한국거래소는 불성실공시 또는 시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시 등 기업이 상장폐지될 수 있는 사유가 발생하면 공익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를 정지·중단할 수 있다.
거래정지 기간이 한없이 늘어지는 이유는 상장폐지 심사요건이 복잡해서다. 대부분 기업이 상장폐지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절차가 길어진다. 2019년부터 억울한 상폐를 막기위해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의 개선 기간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폐지 심사가 수년간 진행되면서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차라리 상장폐지가 진행되면 정리매매를 통해 손실을 보더라도 자금을 일부나마 회수할 수 있지만, 폐지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아 돈이 수년째 묶여있기 때문이다. 종목토론방에서 이큐셀 투자자들은 "왜 결정을 안하고 투자자들 피를 말리냐", "곧 있으면 정지된 지 5년인데 빨리 상폐든 거래재개든 결론을 내달라" 등을 토로하고 있다.
'좀비주식'이 투자자 불만을 키우고 증시 역동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금융당국도 지난해 3월 제도 개선에 나섰다. 코스피 상장폐지 절차의 최대 기간을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 상장폐지 절차는 3심제에서 2심제로 단축하는 방향이다.
한국거래소 역시 지난해 4월과 7월 '코스닥 퇴출제도 개선방향 모색을 위한 연구용역'과 '증권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시작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달 중 나올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상장폐지 단축 여부와 내용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