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우리 증시를 괴롭히는 고질적 문제는 이른바 ‘좀비기업’이다. 범위를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의미는 약간 달라질 수 있으나 보통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을 지칭한다.
이처럼 재무가 좋지 않은 회사는 당연히 시장에서도 평가가 좋지 못하다. 보통 동전주(1000원 미만 주식)이거나 아니더라도 관리종목 등 부정적 딱지가 붙게 되면 결국 동전주로 전락하게 된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한 밸류업 프로그램 이후에도 이런 문제는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크게 늘었다. 동전주의 수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40% 가까이 확대됐다. 특히 그 중 코스닥에선 10%가 넘게 증가했다.
최근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미국 시장은 어떨까? 나스닥 규정에 따르면 상장사 주가가 30영업일 연속 1달러 미만으로 거래되면 상장 폐지된다. 나스닥은 개선 기간을 180일씩 두 차례 부여하는데 기업이 이의 제기를 하면 180일 동안 추가로 상장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주가가 1달러 미만이라도 최장 540일까지 거래되는 셈이다.
나스닥은 지난해 8월 기업의 이의 제기와 무관하게 첫 통보 이후 360일이 지나면 즉시 상장 폐지하고 장외시장에서 거래하는 방안 등을 담은 동전주 상장 유지 요건 강화 제안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바 있다. 현재 잘나가는 미국 증시지만 자체 시장 정화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분명 지난해 초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결국 마무리 짓지 못했다. 당시 “기업에는 회생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면서도 상장폐지 절차 장기화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라는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모순적 이야기를 내놨었던 기억이 난다.
올해 금융위원회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엔 또 한 번 ‘상장폐지 요건과 절차 강화’가 들어갔다. 늦지 않게 개선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시장 참여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제라도 당국이 모순적인 표현은 걷어내고, 시장 정화를 위한 진정한 묘수를 내놓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