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 3040 타킷층 공략
코오롱스포츠, 원단 R&D 집중
‘더 새롭게, 더 독특하게’ 톡톡 튀는 신진 패션 브랜드가 해가 갈수록 인기다.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 열풍이 불면서 패션 대기업도 앞다퉈 러브콜을 하며 육성에 나서고 있다. 매년 신진 브랜드가 쏟아지고 있지만, 30년 넘게 K패션의 뿌리를 다져온 장수 브랜드도 설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2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주요 패션기업은 각기 다른 전략을 짜고 자사의 대표 장수 브랜드 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LF는 2020년 선보인 정통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에 에이지리스(Ageless) 전략을 탑재했다. 새로운 브랜드가 넘치는 상황에서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이 경쟁력이라고 판단한 것. 누구나 쉽게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정체성을 정립, 매년 트렌드에 맞춘 핏 개선에 신경을 썼다.
대표적 사례가 ‘아이코닉’ 라인이다. 카라 티셔츠, 케이블 니트 등을 선보이며 매년 색, 소재에 변화를 주지만 기본 디자인을 충실히 지킨다. 아이코닉 라인은 출시 이후 24년간 누적 270만 장이 판매됐는데, 이 중 80%가 기본 디자인의 카라 티셔츠다.
헤지스는 에이지리스 전략을 유지하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협업, 프리미엄 원단 적용 등을 통해 프리미엄 캐주얼 브랜드 이미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헤지스의 전략은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아이코닉 라인 구매 고객 연령대는 △2030대 33% △40대 33% △50대 30% 등 고루 분포됐다. 전체 매출에서 아이코닉 라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6%에서 2023년 30%까지 성장했다. 헤지스 관계자는 “20대부터 50대까지 주요 연령대가 모든 계절에 쉽게 소화할 수 있는 기본 아이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패션부문(삼성패션)도 정통 브랜드 수술에 들어갔다. 삼성패션의 원조 캐시카우(현금창출원)는 남성복 브랜드 ‘갤럭시’다. 1983년 당시 제일모직이 론칭한 갤럭시는 4050대 남성이 주타깃이었다. 국내 대표 정장 브랜드지만, 기업들의 복장 자율화 기주와 명품 브랜드 확대로 ‘아저씨가 입는 정장’이란 이미지가 굳어져 입지가 좁아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삼성패션은 2023년 ‘테일러드 엘레강스’로 브랜드 정체성을 새로 정립, 로고도 재단장했다. 3040대로 타깃층을 재설정, 캐주얼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남성성에 얽매이지 않는 디자인에 집중하며 오버사이즈, 볼륨감 등을 더해 남성복에 변주를 줬다.
갤럭시의 3040 공략 포인트는 ‘마이크로 핏’이다. 고객 체형과 취향에 맞춘 100%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정장은 근무복보다는 결혼식 등에나 입는 특수복이라는 이미지에 무게가 실려, 맞춤 핏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리뉴얼 1년이 채 안됐지만 ‘갖춰 입는 복장’ 이미지가 생겨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맞춤정장, 3피스 정장(재킷·팬츠·조끼) 수요가 두드러진다. 삼성패션 관계자는 “최고급 소재를 적용하고, 전문 테일러의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틀리에 디 갤럭시’를 확대 중”이라고 전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이 전개하는 국내 최초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도 1973년 출시 이후 승승장구 하다, 2010년대 시장 침체로 다소 내리막길을 걸었다.
코오롱스포츠는 기능성 원단으로 차별화를 꾀하며 젊은 마케팅과 해외진출로 활로를 찾고 있다. 아웃도어 특성을 살려 원단 연구개발(R&D)에 집중했다. 대표적인 원단이 △고강도 원사를 적용한 ‘헤라클레이스’ △히텍스를 사용한 ‘라이프텍’ 등이다.
신발끈 헤라클레이스는 고강도 원사인 헤라크론 소재로 만들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질긴 신발끈으로 기네스 공식 인증까지 받았다. 라이프텍은 기능성 의류 라인으로 세계 최초로 전도성 고분자를 이용한 발열체인 히텍스 원단을 사용했다. 라이프텍 재킷은 발열 기능과 함께 전기 충전까지 가능하다.
마케팅은 시그니처 로고를 한글로 형상화한 ‘솟솟’을 활용해 젊은 소비자에게 새롭게 다가가고 있다. ‘솟솟618’ 콘셉트 스토어, 액티비티 커뮤니티 ‘솟솟클럽’ 운영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환기하고 있다.
해외 진출은 초기 성과가 좋다. 중국에서는 기능성 상품 등의 호응으로 지난해 상반기 기준 매출이 전년보다 150% 성장했다. 중국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