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경협의 7선 처리, 선택 아닌 필수다

입력 2025-01-1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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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13일 조세특례제한법·관세법 개정 법률안 등을 ‘조세 개편 과제 7선’으로 제시하고 설 연휴 전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여야가 비상계엄·탄핵 사태에 함몰돼 경제·민생조차 돌아보지 않는 황당한 현실을 보다 못해 한경협이 총대를 멘 셈이다. 과제 7선은 대부분 여야 공감대가 축적된 비쟁점 법안들이다. 새해가 되기 전에 일찍이 처리됐다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런 안건들을 이제라도 제발 처리해달라는 읍소가 나오는 형국이니 딱하고 민망하다.

7선 처리가 얼마나 시급한지 말없이 웅변하는 것은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을 5%포인트 올리는 게 골자인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다. 개정 방향은 크게 투자세액공제 유형에 반도체를 신설하고 통합 투자 세액 공제율을 높이는 한편 국가전략 기술에 인공지능(AI), 미래형 운송수단 등을 포함해 세액 공제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우리 기업들에 세상에 다시 없는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미국, 대만, 일본 등 주요 경쟁국은 다 이런 방향으로 달려간 지 오래다. 정치권도 이를 모르지는 않는다. 여야도 별 이견 없이 발의하고 협의하지 않았나. 그런데도 정쟁 이슈에 밀려 지난해 처리 기한을 넘기더니 지금껏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이렇게 무책임해도 되나.

조특법 개정은 첨단 기술만의 문제도 아니다. 자영업자 부담을 줄여주는 절박한 민생 사안이기도 하다. 신용카드 전통시장 사용액에 대한 소득 공제율을 확대하고, 소득공제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에 뭔 정치적 쟁점이 남아 있겠나. 이런 안건을 의사당 책상 서랍의 먼지 속에 버려둔 것은 입법권을 맡긴 국민에 대한 배신이나 다름없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경제·민생을 위해 서둘러 처리할 것이 실로 자명한데도 정치권은 정략적 공방 사이에 생기는 자투리 시간에 ‘반시장, 반기업’ 입법 카드나 만지기 일쑤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국민 1인당 20만~30만 원씩 이른바 ‘내란회복지원금’을 지급하자는 논의를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유사하다. 지난해 폐기된 지역화폐법 개정안 처리를 재추진하자는 주장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포퓰리즘의 수레바퀴만 굴리는 것이다.

정치권이 허튼짓만 골라 해도 경제의 3 주체인 가계, 기업, 정부가 저마다 강인하게 버틸 수 있는 태평세월이 아니다. 국내외 상황을 보면 외려 등골이 오싹하다. 국내적으론 저성장의 늪이 깊어지고, 트럼프 2기 출범과 중국의 호전적 대응 등으로 국제 기류도 심상찮게 흘러가고 있다.

우리 시장도 적색등 일색이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 연구소에 따르면 우선주를 제외한 국내 주요 주식 2749곳의 시총이 지난 2일 기준 2254조 원으로 1년 전보다 약 249조 원(약 10%) 감소했다.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1월호에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정치권이 이런 국면에 딴전만 부리면 원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경협의 7선 처리라도 서두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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