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란선동’ 공세에 국민반발
정치 대개혁 이끄는 계기 삼았으면
1898년 11월 5일 한양의 경무청 앞에는 “자원취수(自願就囚)”, 다시 말해 “나도 감옥에 가겠노라”를 외치는 군중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원래 이날은 중추원의 대의원을 뽑기로 되어 있었는데, 입헌대의정으로 갈 경우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한 수구파가 외세침탈 규탄, 자강개혁, 언론과 집회의 자유 수호를 외치던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 지도자들을 모함하여 동이 트기 전에 순검들을 동원해 체포·감금하자 이에 항의하는 군중들이 시위를 벌인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자원취수 캠페인’은 독립협회 지도자들에 대한 체포에 항의하기 위해 경무청 앞에 모인 군중 앞에서 장용남(張龍男)이라는 소학교 학생이 한 연설에 감명을 받은 사람들에 의해 퍼져 나간 것으로 되어 있다.
“내가 전에 학교에 갈 때 종로를 지나다가 보니 태극 국기는 일월같이 높고, 흰 구름 같은 차일이 길 위를 덮고 있는데, 나무로 울을 두르고 그중의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지라.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묻기를 ‘여기서 무슨 일을 하려고 모였나요?’ 하니 누가 답하기를 ‘정부 대신을 청하여 간(諫)할 일이 있어서 관민 공동회를 열었노라’ 합디다. 다음 날 또 지나가다 본즉 관민이 어제같이 모였는데 그중에 정부 대신도 참석하였더이다. 어린 소견으로 무슨 일인지는 모르거니와 인민이 다 같이 말하길 ‘가(可)’라 하는데, 정부 대신도 하나같이 자기 이름 밑에 가(可) 자를 적기에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마도 한 나라의 좋은 일을 논의했나 보다 하고 집에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옛말에 ‘어제는 틀린 것 같았는데, 오늘 보니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覺今是而昨非)’는 말은 있어도, ‘전날에는 그렇다고 하다가, 지금 와서 안 된다(前日可而今日不可)’는 말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지금 십여 명이 체포되어 구금된 것(捉囚)은 홀로 짊어질 죄가 아니라 이천만 인구가 같이 당할 죄이니 우리가 같이 체포되어 한 몸으로 같은 벌을 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1898년 11월 8일자 황성신문 ‘만민공동회의록, 별보’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렇게 시작된 ‘자원취수’ 시민 항쟁을 조직하고 이끈 사람은 당시 황성신문 편집자였던 이승만과 배재학당 교사였던 양홍묵이었다. 초겨울의 추운 날씨에도 일주일간의 쉼 없는 철야 투쟁은 계속되었고 결국 독립협회 지도자 17인에 대한 석방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전근대적 군주제하에서 백성이 비폭력으로 권력 주변에 기생하는 소수의 작당을 물리치고 성과를 얻어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한반도에서 일어난 최초의 시민저항운동의 모델로 평가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127년이 지난 지금 우리 국민은 다시 ‘자원취수 저항운동’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는 내란죄 명은 뺀다는 민주당이 헌재 밖에서는 ‘내란’에 열을 올리면서 이제는 탄핵 정국에서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은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런 내용을 카톡 등을 통해 전달하는 행위까지 처벌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꼬리로 몸통을 흔드는 입법들을 하루가 멀다 하고 배설하고, 일사부재의라는 가장 상식적인 회의체 작동 원칙도 ‘쪼개기 국회’, ‘될 때까지 상정’이라는 억지와 뻔뻔함으로 깔아뭉개는 판이니 뭔들 못하겠는가마는, 그래도 ‘카톡 계엄’은 너무했다.
그런데 민주당과 지금은 민주당 부속 법률기관쯤으로 전락해 가는 듯한 헌법재판소가 모르는 것이 하나 있다. 우리 국민은 생각만큼 쉽게 잊지도 않고, 그렇게 비겁하지도 않으며,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도 않는다. 조만간 대한민국에서 ‘자원취수’ 운동이 다시 벌어질 수도 있다. 시민들이 저마다 ‘카톡 계엄 위반 자기고발장’ 하나씩 들고 헌재와 수사기관 민원실로 가서 자수하러 왔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그냥 돌려보낼 근거도 없을 것이다.
요즘 헌재가 시전하고 있는 말장난식 ‘배째라’ 해석대로 하면 이 운동은 ‘집시법’ 적용 대상도 아니다. 민원인들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을 동원해서 해산시킬 수 있을까. 계엄으로 촉발된 탄핵정국이 진정한 시민운동으로 이어져 정치 대개혁, 수구 카르텔 척결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져 본다. ‘카톡 계엄’, 자유민주시민의 역린을 건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