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로보스타·로보티즈·엔젤로보틱스 등
휴머노이드 전 단계 볼리·Q9 등 준비 중
막대한 자본력과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미국과 중국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시장에서 현재 한국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몇 년 전만해도 국내 기업과 큰 차이가 없었던 이들의 로봇 기술력은 눈에 띄게 성장했고 시장 선점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미래 먹거리를 뺏길 수 없는 국내 기업들도 속속 참전 중이다. 로봇 제조사뿐 아니라 가전, 테크, 자동차 기업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로봇’ 시장을 점찍고 판을 키우기 시작했다.
15일 재계 및 SK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국내 휴머노이드 전문 개발업체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로보티즈, 에이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휴머노이드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전담 조직을 내부에 두되, 외부적으로는 이들 기업과 협업하며 휴머노이드 분야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지분 14.7%를 보유하고 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은 35%로 늘어났다. 2대 주주에서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휴보 랩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로봇 전문기업이다. 2족 보행 로봇, 4족 보행 로봇, 협동로봇 등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기술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웨어러블 로봇 ‘봇핏’에 대한 상표권도 출원, 로봇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봇핏은 허리와 관절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이다.
일찍부터 로봇을 미래 사업으로 점찍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LG전자는 선행 연구를 담당하는 CTO 조직에서 개발을 이어왔다. 외부 기업들과는 협업을 진행 중이다.
LG전자는 2017년 국내에 주요 로봇 제조사 등에 투자하며 기술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 로보스타 지분 33.4%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로보티즈(지분 7.4%), 엔젤로보틱스(6.42%)의 지분도 확보했다.
로보스타는 수직 다관절 로봇과 직각좌표 로봇 등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회사다. 물류 창고에서 대량 물건을 운반하는 데 특화된 LG 클로이 캐리봇 등을 개발했다. 로보티즈는 국내 최초로 실외 자율주행로봇 규제 샌드박스로 실증 특례를 획득한 기업이다. 실외 자율주행 로봇의 보도통행 가능성이 커지며 기대감이 올라가고 있다. 엔젤로보틱스는 의학과 공학을 결합해 만든 웨어러블 로봇 개발 기술을 보유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 가정용 로봇으로 각각 ‘볼리’와 ‘Q9’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들 모두 바퀴가 달려 이동이 가능하고 생성형 AI로 대화도 된다. 가정 내 전자기기와 연결되기 때문에 일부 가사 업무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제품들은 휴머노이드는 아니다. 그러나, 두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휴머노이드다. 가전제품 제조사로서 가정에서 인간의 가사 부담을 줄여주는 휴머노이드 생산을 계획 중이다.
김병훈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Q9은 바퀴로 움직이는 제품이지만, 향후 관절 등이 추가되고 높낮이가 자유로워지면 가사 활동이 가능한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며 “(Q9이) 휴머노이드가 돼서 어려운 환경까지 접근하는 단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로봇은 제조 공장과 주방으로 나눠 보고 있다”며 “빨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예전에는 순서대로 했지만 이제는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로봇과 휴머노이드에 ‘찐’애정을 보여왔다.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이 2021년 보스턴 다이내믹스(지분 80%, 1조4500억 원)를 인수하면서 2400억 원의 사재를 턴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 회장 체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인수합병(M&A)이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이족보행 로봇인 ‘아틀라스’를 선보인 이후 2028년 이내로 상용화를 위해 현재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도요타리서치연구소와 휴머노이드 협력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