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화학-정유-철강, 현지 공략 및 구조조정 나서
디스플레이, 차세대 제품 기술격차 확대 주력
자동차, 화학, 정유, 그리고 디스플레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며 국가 경쟁력을 이끌었지만, 최근 어두운 국내외 상황에 직면해 ‘위기’를 맞았다고 꼽히는 산업군이다.
기업들은 돌파구를 찾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대외 정세 변화와 내수 침체로 장기간 긴 터널이 이어지지만, 수익성 개선과 기술력 확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 고군분투 중이다.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온 자동차 산업은 올해 전망이 어둡다. 15일 한국무역협회의 ‘2024년 수출입 평가 및 2025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자동차 수출은 1.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변수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당시 중국산에 60%를, 나머지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에는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언했다. 보편관세가 현실화하면 수출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자동차 산업에 큰 타격이 된다.
석유화학 산업은 최대 고객이었던 중국이 ‘자급률 100%’를 목표로 2018년부터 대규모 증설에 들어가며 불황에 빠졌다. 여기에 중국 내수 부진으로 세계 시장에 저가 물량이 쏟아지며 수익성이 나날이 악화했다.
중동 정유사들이 ‘탈석유’ 전략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석유화학 투자를 단행하는 점도 부담이다. 이들은 원유에서 곧바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COTC(Crude Oil To Chemical) 공법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철강업계는 건설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과 역대급 엔저 현상 심화로 업황 악화가 지속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우리나라가 17년간 세계 1위를 유지해온 분야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량을 빠르게 늘려가며 그 자리를 꿰찼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과 한국의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각각 47.9%, 33.4%다.
정부의 전폭적인 뒷받침으로 성장하는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과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쟁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한국 기업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움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돌파구는 있다. 과거에도 여러 위기를 극복해온 만큼 그 경험을 기반으로 대응에 나섰다.
완성차 업계는 ‘현지 생산’에 집중하는 전략을 편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앨라배마 몽고메리 공장(36만 대), 기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34만 대), 기아 멕시코 공장(40만 대)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연 30만 대 생산능력을 갖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도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철강업계는 생산량을 줄이는 한편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낸다.
현대제철은 인천 2철근 공장과 포항 철근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다. 현대제철 다음으로 철근을 많이 생산하는 동국제강도 올해 생산량을 더 축소한다.
포스코는 그룹 차원에서 저수익 사업 55개와 비핵심 자산 70개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해 총 2조6000억 원 이상의 현금을 창출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프리미엄 패널 시장을 공략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LCD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인 OLED로 성공적으로 넘어왔듯, 다음 차세대 제품 개발에 성공해서라도 중국과의 격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8.6세대 정보통신(IT)용 OLED 패널을 2025년 말 양산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을 OLED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조업 소생을 위해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3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 공급과 함께 업계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한 세제 지원,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달부터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반덤핑 등 통상 이슈에 대응하고, 고부가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