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참전으로 본격화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최대 분수령을 맞는다. 23일 임시 주주총회가 끝나고 나면 어떤 방식이든 승자의 윤곽이 가려질 전망이다.
지난해 9월 MBK와 영풍이 손을 잡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두 가문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공개매수로 시작된 ‘쩐의 전쟁’은 4개월이 지나면서 ‘명분 싸움’으로 비화했다.
양측은 각자의 근거를 바탕으로 경영권 인수 내지는 방어의 정당성을 설명해 왔다. 특히 임시 주총 안건으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느냐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갔다. 여론전은 격화됐고 감정싸움도 불사했다.
집중투표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필요한 핵심 안건이었다. 수 싸움에서 불리한 최 회장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통해 MBK·영풍이 추천한 신규 이사의 이사회 진입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와 기관투자자들의 의견도 첨예하게 엇갈렸다. ‘핵심 캐스팅보트’로 통하는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열리는 17일을 앞두고 의결권 자문사들의 찬성·반대 권고가 줄줄이 나왔다. 이들의 권고는 주주 의결권 행사의 ‘가늠자’로 통한다.
국민연금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찬성하면서 최 회장 쪽에 무게추가 쏠리는 듯했으나 21일 반전이 일어났다. MBK와 영풍이 제기한 집중투표제 도입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다.
임시 주총에서 최 회장의 카드는 쓸 수 없게 됐다. 시나리오대로라면 MBK·영풍 연합의 승리로 끝날 확률이 높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그렇다고 아주 끝난 것도 아니다. 지리한 싸움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사안을 차치하더라도 경영권 세습이 오너 일가의 배를 불리는 데만 악용되고, 기업가치가 나날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오너의 경영 능력에 의구심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
반대로 사모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오로지 차익 실현의 수단에 그친다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그러나 명분 이면의 속내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결국 경영권 분쟁의 핵심은 ‘누가 더 회사를 잘 운영할 수 있느냐’에 방점이 찍힌다.
분명한 건 양측 모두 고려아연의 기업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고, 높아져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는 점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구체적 전략을 내놓는 쪽이 이번 분쟁의 진정한 승리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