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팩트체크ㆍ혐오표현 규제 폐지
트럼프 환심 사기 위한 조치로 해석
네이버 팩트체크ㆍSNU 재정 지원 종료
당시 여당 정부 등 압박 탈피책으로 풀이
“사적 플랫폼도 공적 공간 기능 수행토록
비정파적 이해관계자들의 논의 있어야”
국내외 플랫폼이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내세우면서 사실상 정치적 이유로 가짜뉴스 대응에 손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지난달 7일(현지시간) 자사 플랫폼의 ‘팩트체크’ 기능과 ‘혐오 표현 규제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메타는 트럼프 당선인이 처음 대선에서 승리했던 2016년부터 여러 팩트체크 기관과 계약을 맺고 허위 정보가 담긴 게시물을 가려내 사실관계를 가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2017년 페이스북에 가짜뉴스 대응을 위한 ‘저널리즘 프로젝트(The Facebook Journalism Project)’를 신설했다. 페이스북 이용자가 신고하면 비영리 언론 기관 ‘코렉티브’에서 사실 확인을 해주는 방식으로, 확인 결과 가짜뉴스일 경우 이용자가 해당 게시물을 공유하려 할 때 경고 알림이 떴다. 그러나 메타는 2022년 이후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줄였다.
이제 메타는 팩트체크 기능을 아예 폐지하고, 팩트체크 프로그램 대신 '커뮤니티 노트'라고 불리는 사용자 참여형 수정 모델을 적용한다. 커뮤니티 노트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현 엑스)를 인수한 뒤 팩트체크팀을 해체하고 만들었던 기능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하던 메타가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혐오표현 규제정책도 폐지한다. 메타는 저커버그 성명이 나온 후 별도 공지를 통해 성소수자나 이민과 관련한 혐오 발언을 제한하는 규정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체 콘텐츠 검열 기능을 없애야 한다는 트럼프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정치적 이유로 한 순간에 팩트체크 서비스를 폐지하는 메타를 두고 전문가들의 비판이 잇따른다. 발레리 위르츠샤프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타임지에 “적절한 준비 없이 커뮤니티 노트를 도입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는 “팩트(사실)가 사라진 세상을 만들 것”이라면서 “이는 독재자에게 적합한 세상”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플랫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네이버는 2023년 9월 26일 네이버 뉴스홈에 게시해오던 팩트체크 메뉴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앞서 2023년 8월 말에는 2017년부터 약 10억 원 가량 기부해오던 SNU 팩트체크와 관련된 모든 재정 지원을 끊었다. 이에 SNU팩트체크센터의 언론사 지원 사업 역시 모두 중단됐다. SNU 팩트체크 서비스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와 약 30개 언론매체가 함께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당시 네이버는 SNU팩트체크센터와 계약 기간이 끝난 후 재계약하지 않은 것일 뿐 서비스 종료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서비스 중단 사유를 정치권의 압박에 의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은령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기업들이 정치 권력에 바짝 엎드리는 상황은 팩트체크가 활성화해야 한다는 전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면서 “플랫폼은 이익을 추구하는 사적 기업이지만 공론장으로서 그 안에서 지켜야 할 질서가 있고, 이 부분에 대해 사회적인 압력이 지속적으로 있어야 한다. 정치 권력이 입맛에 맞게 (플랫폼을) 길들이기를 할 게 아니라 공적 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비정파적이고 공익과 민주주의 원칙을 준수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