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징역 3년 선고한 원심 판결 파기·환송
수사 과정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물론, 이를 바탕으로 얻은 2차적 증거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 최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 상고심에서 징역 3년과 15만 원 추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검찰에 따르면 B 씨는 2023년 6월 2일 텔레그램 광고를 보고 성명불상의 마약류 판매자로부터 합성대마를 사기로 했다. 마약 판매상이 수도권에서만 합성대마를 매수할 수 있다고 하자, B 씨는 A 씨에게 연락해 마약 수거를 부탁했다.
A 씨는 다음 날 B 씨로부터 합성대마가 은닉된 장소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 A 씨는 그날 오후 용산구 한 아파트 전화 단자함 안에서 합성대마 카트리지 1개를 찾아 B 씨에게 전달했다.
문제는 약 2달 후 발생했다. B 씨가 택시에서 휴대전화를 분실한 것이다. 택시기사는 파출소에 B 씨의 휴대전화를 맡겼다. 해당 파출소 경찰관은 인적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기기 내 정보를 확인하던 중 텔레그램에서 B 씨의 필로폰 구매 의심 정황을 발견했다.
B 씨의 휴대전화는 파출소에서 경찰서로 옮겨졌다. 형사과 경찰관은 B 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A 씨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 등을 복제 및 출력하거나 사진으로 촬영했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였던 A 씨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
이후 재판에서 영장에 의하지 않은 압수·수색으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유죄 인정 증거로 삼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지난해 3월 1심 법원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사건 휴대전화와 그에 기초해 획득된 전자정보 등 2차적 증거들은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해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다.
다만 2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 씨에게 징역 3년과 15만 원 추징을 선고했다. 수사기관이 증거를 위법하게 수집해 그 증거능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A 씨와 B 씨의 1심 법정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볼 수 있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사건을 원심 법원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